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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원의 캘리포니아 골프 <7> 퍼팅의 순 우리말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2호 25면

“골프의 순 우리말이 뭔지 아나?”
“글쎄….”
“그것도 몰라? ‘왜 이러지’잖아.”
“그럼, 퍼팅의 순 우리말은?”
“그건 또 뭔가.”
“‘이상하네’지.”

얼마 전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들은 이야기다. 골프의 순 우리말이 ‘(오늘) 왜 이러지’라는 대답에 모두 크게 웃고 말았다. 퍼팅 역시 마찬가지다. 가까운 거리의 퍼팅을 놓친 뒤 ‘이상하네’를 연발하는 주말 골퍼가 좀 많은가.

‘퍼팅’은 사실 따로 배우는 경우가 거의 없다. 국내 아마추어 골퍼들의 경우엔 7번 아이언을 들고 골프에 입문한 뒤 드라이버를 몇 차례 때려 보고는 필드로 직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퍼팅?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여긴다). 골프장에 나가 퍼팅을 처음 해봤다는 이도 적잖게 봤다. 그러다 나중에서야 퍼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다.

지난주 미국과 일본에서 열린 남녀 골프대회에서 승부를 가른 것도 바로 퍼팅이었다. 퍼팅 난조로 슬럼프에 빠져 있던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는 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마지막 날 퍼팅이 되살아나면서 3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허구한 날 퍼터를 바꾼 것만으로 모자라 전담 코치까지 두고 피나는 훈련을 한 결과였다.

공교롭게도 지난주 일본에서 열린 JLPGA투어 대회에서도 퍼팅이 승부를 갈랐다. 일본의 후쿠시마 아키코와 연장전에 들어갔던 신지애는 불과 10m 거리에서 4퍼팅을 하면서 우승 트로피를 넘겨주고 말았다.

퍼팅 때문에 눈물을 흘리거나 좌절의 늪에 빠졌던 골퍼를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특히 마지막 날 마지막 홀에서 1m도 안 되는 쇼트 퍼팅을 놓친 탓에 인생이 바뀐 경우도 허다하다. 국내 정상급 프로골퍼 K가 대표적인 예다. 2003년 PGA투어 퀄리파잉 스쿨에 도전했던 그는 마지막 6라운드 18번 홀에서 30㎝ 거리의 파 퍼팅을 놓친 탓에 1타 차로 떨어지고 말았다. 삼척동자도 넣을 만한 거리에서 퍼팅을 놓치는 바람에 천재일우의 기회를 날려버렸다는 자책감 때문에 그는 한동안 퍼터는 물론 골프 클럽도 잡지 못했다.

2월엔 유럽여자골프투어에 출전했던 신현주가 마지막 라운드 18번 홀에서 80㎝ 거리의 퍼팅을 놓쳐 우승 트로피를 날려버렸다. 이뿐인가. 지난해엔 부 위클리(미국)가 PGA투어 혼다클래식 마지막 날 18번 홀에서 90㎝ 거리의 파 퍼팅을 놓친 탓에 우승 목전에서 물러났다.

퍼팅은 ‘오른손’의 예술이다. 왼손은 지지대 역할을 할 뿐이고, 오른손의 감각으로 공을 쳐야 한다. 마치 당구를 할 때 왼손에 큐를 걸고 오른손으로 때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당구를 잘 치는 사람이 퍼팅도 잘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퍼팅을 할 때는 지면에 스치는 듯한 기분으로 클럽 헤드를 낮게 빼줘야 한다. 골퍼라면 누구나 아는 이야기지만 이게 쉽지 않다. 틈날 때마다 동전 2개를 포개놓은 뒤 위에 놓인 동전을 쳐내는 것도 좋은 훈련 방법이다.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김미현은 1원짜리 동전과 비슷한 크기인 1센트 동전을 쳐내는 훈련으로 퍼팅 실력을 키웠다고 한다. 지난주 가르시아는 3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안고 이렇게 말했다.

“골프란 단순히 공만 잘 때린다고 해서 되는 게임이 아니다. 드라이브샷에서 퍼팅에 이르기까지 모든 샷을 다 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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