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런요리저런얘기] 선생님의 도시락 두 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9면

 중학교를 다니던 30년 전, 저는 끼니를 걸러야 했던 ‘결식아동’ 중 한 명이었습니다. 다들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도시락을 열 때면 전 언제나 괴로웠습니다. 교실을 피해 운동장 한쪽 구석에 가 앉아 있거나 수돗가에서 물로 배를 채우곤 했지요.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이었어요. 그날 역시 운동장 구석에 앉아 모래땅을 파고 있었는데 담임선생님께서 저를 부르시더군요. “준용이는 왜 여기 혼자 있니?” 제가 아무 말도 없자 “내일부터는 선생님이랑 같이 밥을 먹자”고 하셨습니다. 그 뒤로 선생님은 매일 도시락을 두 개씩 싸 오기 시작하셨어요.

“요리 솜씨가 별로 없어서 미안하다”고 하시며 주로 김치볶음밥을 싸오셨는데 제게는 진수성찬보다도 귀하고 맛있는 밥이었죠.

저는 모범생이 되기 위해 온 힘을 쏟았어요. 매일매일 선생님께서 싸 주시는 도시락을 받으면서 차마 딴생각을 할 수가 없었지요. 선생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었으니까요.

덕분에 고등학교·대학교에 진학했고 지금은 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한 반의 담임선생이 되었습니다. 5월 스승의 날을 맞아 지금 제가 가르치고 있는 이 아이들에게도 그런 스승이 되고자 다시 한번 더 다짐합니다.

최준용(44·경기도 군포시 당정동)

■ 재료=김치, 버터, 달걀 1개, 깨, 실파, 흰밥

■ 만드는 법=프라이팬에 버터를 넉넉히 두르고 잘게 썬 김치와 깨, 송송 썬 실파를 넣어 볶는다. 김치가 숨이 죽으면 흰밥을 넣고 한번 볶아 계란프라이를 얹어 낸다. 

협찬:



다음 주제는

맛있는 샐러드 레시피

 중앙일보 week&과 청정원 국선생(鮮生)이 공동으로 매주 ‘이런 요리, 저런 얘기’의 사연을 찾습니다. 다음 주제는 ‘맛있는 샐러드 레시피’입니다. 요리에 얽힌 에피소드를 대상 홈페이지(daesang.co.kr)에 올려 주세요. 맛있는 요리나 사연을 선정해 가정 요리 전문가인 최경숙 선생님 아카데미 5회 수강권(40만원 상당), 청정원 밑국물인 국선생(鮮生)과 맛간장 소스(10만원 상당)를 선물로 드립니다. 02-539-8777.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