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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나들이] 신화처럼 신비한 그리스 음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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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神話)로는 무척 친근한 그리스. 그러나 그 나라의 음식은 상당히 생소하다. 현지를 다녀온 사람이 아니라면 음식의 맛은 고사하고 어떤 것이 있는지도 전혀 모를 지경이다. 유사한 로마 신화의 배경이 된 이탈리아 음식과 비교하면 도통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서울 이화여대 앞에는 쉽게 접하지 못했던 그리스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 곳이 있다. '기로스(Gyros.02-312-2246)'란 상호를 단 음식점이다. 신화처럼 화려한 가게는 아니지만 신화처럼 신비한 맛을 체험할 수 있다.

좌석이 18개인 소박한 가게에 들어서면 그리스를 느낄 수 있는 사진과 소품들, 나무로 만든 식탁이 아늑하게 자리하고 있다. 손님들이 들어오면 종업원이 따라와 주문을 받는 것도 아니다. 먼저 빈 자리를 찾아 앉은 뒤 다시 일어나 주방으로 걸어가 셀프로 주문을 한다. 그리스 음식이 생소하긴 하지만 상세하게 설명된 메뉴판이 있어 불편하진 않다. 그래도 궁금한 점이 있다면 주문받는 주인아저씨에게 물으면 자세하게 설명을 해준다.

그리스의 가장 대중적인 음식은 '기로스'와 '수블라키'. 기로스는 쇠꼬챙이에 양고기나 돼지고기를 꿰어 바비큐처럼 구운 뒤 칼로 저며 내 밀전병으로 싼 음식. 고기는 굽는 과정에서 기름이 쪽 빠지고 화덕의 향이 배어 독특한 맛을 낸다. 터키 전통음식인 케밥과 무척 흡사하다. 이 고기를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피타빵' 위에 양상추.양파.토마토.파프리카.올리브 등 신선한 채소와 함께 얹고 돌돌 말아서 낸다. 말기 전에 요구르트로 만든 '차치키'소스를 얹어 새콤한 맛이 난다. 이 가게에선 양고기는 쓰지 않고 닭고기와 돼지고기 또는 두 가지를 혼합한 것 중에서 골라 먹을 수 있다. 가격은 한 개에 4000원.

수블라키는 직화로 구운 돼지고기나 닭고기 꼬치로 이해하면 쉽다. 한 입에 들어갈 만한 크기의 고기를 양념해 양파.토마토.파인애플.피망 등 채소와 번갈아 끼고 올리브 기름을 발라서 구웠다. 차치키 소스에 찍어 먹기도 하고 채소 샐러드와 곁들이기도 한다. 이 집에서는 닭 수블라키 한 꼬치.돼지고기 수블라키 한 꼬치.미니볶음밥.미니샐러드를 함께 내면서 5000원을 받는다.

그리스 음식에 빠지지 않는 것은 샐러드. 그리스 사람들의 건강과 장수의 비결로 꼽힐 정도다. 양상추.오이.당근.파프리카.양송이버섯 등 신선한 야채에 올리브 기름으로 만든 상큼한 드레싱을 얹고 페타치즈를 뿌려서 낸다. 페타치즈의 씁쓸한 맛이 채소의 싱싱한 맛과 어우러져 상큼하다. 시금치.감자를 넣어 만든 그리스식 파이 '스파나코피타'도 맛볼 수 있다.

여대 앞이라 양은 많지 않지만 값이 싼 만큼 여러 명이 함께 가면 그리스의 신비한 요리를 두루 맛 볼 수 있다. 커피.물.컵은 모두 셀프서비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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