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넥타이 部隊의 궐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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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시장이란 상인과 소비자 사이에 공급과 수요,두 곡선을 걸어놓고 끊임없는 게릴라전이 벌어지는 곳이다.전투에 쓰이는 총알은 돈이다.이 경제적 총격전에서 결정되는 것이 가격이다.
서울 무교동에 직장을 가진 월급쟁이들이 음식값.목욕비.이발비를 놓고 상인들과의 전투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양으로 「넥타이부대」를 조직한 일은 우리나라 시장에서 새 풍속도의 시작이될지도 모른다.이것은 실리에 애교를 양념한 소비 자단결권의 선포다. 여태까지 우리 나라 경제지도에서는 공급자가 언제나 왕이었다.소비자는 너무도 왜소하게 취급돼 왔다.대기업에서 영세기업에 이르기까지 「손님」취급하기를 마치 하인다루듯 해왔다.불친절뿐 아니다.값이나 품질을 예사로 속이고,위험한 제품을 예사로 만들어 팔아 왔다.
그동안 소비자단체활동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그들의 역할이 공헌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그러나 종래의 소비자단체는 어디까지나중간기구에 불과했다.
이런 점에서 이번에 결성된 「넥타이 부대」는 「몸소행동대」다.값을 터무니없이 비싸게 받는 업소에 대해 새로 결성된 「무교동직장협의회」는 이용않기운동을 펼 것이라고 한다.이것은 소비자주권시대를 당해 매우 효과적일 수 있는 소비자행동 의 패턴이 될 수도 있다.
엄격하고 강력한 소비자만이 생산자를 훈련시키고 징계할 수 있다.이 때의 생산자라는 것은 내국인만이 아니라 한국으로 제품을수출해 판매하는 외국인도 포함한다.이 모든 공급자로 하여금 우리들 일반소비자 시민을 속이거나 착취하지 못하도 록 막는 유효한 방법이 계속 개발돼야 할 참이다.
소비자들은 여러 지역,여러 상품에서 다면체적(多面體的)인 소비자조직활동을 벌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의 양심과 권력을 실천하는 단결권이 강력한 빛을 발하는시장을 만들자.그래서 이런 운동이 더 성숙한 시민,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불씨가 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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