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 시리즈를 마치며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6월, 기자의 외할아버지(뇌병변 2급)가 87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다. 가스중독으로 인한 뇌졸중은 4년 여 동안 할아버지를 괴롭혔다. 돌아가시기 2년 전 거동조차 힘들게 되자 할아버지는 아예 두문불출하셨다. 휠체어를 탄 무기력한 모습을 남에게 보이기 싫었기 때문이다.
  이번 시리즈는 장애로 인해 할아버지처럼 세상과 벽을 쌓고 사는 일이 있어선 안되겠다는 바람을 담고 있다. 또 신체적 장애가 결코 꿈의 걸림돌이 될 수 없음을 얘기하고 싶었다. 더불어 이들을 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었다.
  “아무리 잘 하려 해도 평범한 사람들과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아야 했다”는 박지홍(20·뇌성마비)씨의 말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앞에서는 “명문대생”이라고 치켜세우지만, 돌아서면 “장애인이 그래 봐야…”라고 비아냥거리는 이중잣대가 안타깝고 견디기 어렵다고 박씨는 덧붙였다.
  취재에 응한 세명의 꿈은 한결같았다. 남들처럼 결혼해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했다. 한양대생 김정함씨는 “누가 장애인과 결혼을 해 줄까요?”라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편견의 가시에 찔린 이들의 아린 상처가 전해져 왔다.
  취재대상자 섭외도 만만치 않았다. 전화통화 때는 “장애인 특별전형이 있는 학교가 드물어 장애인이 대학가기는 하늘의 별따기”라는 등 여러 얘기를 했다. 하지만 막상 만나자고 하면 “장애인이라는 걸 만천하에 공개하고 싶지 않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세상이 달라졌다고 한다. 능력만 있으면 학벌·성별·장애는 상관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이 체감하지 못한다면 아직은 더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닐까.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보행로·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갖추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평범하게 생각하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길가다 멈추고 위아래로 훑어보지나 말았으면 좋겠다”던 박씨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프리미엄 최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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