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꾼 김명곤 연출작 대히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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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이발소에서 손님의 머리를 만지던 이발사 조만득씨가 TV를 본다.브라운관엔 휴대전화로 아빠에게 전화해 유럽여행비를 조르는 여대생의 모습.헤어 드라이기를 손에 든채 TV에 열중한 그의 「천진한」모습이 어두운 객석에 무거운 숨죽임으로 다가와 앉는다. 가난한 이발사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창작 풍자극 『배꼽춤을추는 허수아비』(극단 아리랑).영화 『서편제』를 통해 관객의 눈물을 자아낸 김명곤(극단 아리랑 대표)이 3년만에 돌아온 연극무대를 통해 또다른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서편제』에서 인연을 맺은 작가 이청춘의 단편소설 『조만득씨』를 김씨가 각색.연출한 『배꼽춤…』은 지난달 1일 첫공연 이래 40여일간 연속 매진을 기록,침체된 연극계에 숨통을 터주고있다. 바탕골 소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이 풍자극은 매회 매진은 물론 보조의자를 동원해 20~30%를 초과수용하고도 좌석이모자랄만큼 호응을 얻고 있다.
20대부터 50대까지 수많은 관객들이 거쳐간 이 무대의 객석엔 지난달 제정구(민주)의원.이철(민주)의원이 앉았으며,국민대철학과 최종욱교수는 교양철학강의를 대신해 학생들과 함께 이 연극을 보고 토론을 벌였다.
연극계에서는 이같은 『배꼽춤…』열기에 대해 『소외계층을 소재로 하면서도 탄탄한 연출력으로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해 진보적 극단의 전망을 확인해 주었다』며 반가워하고 있다.
극단측은 17일 막을 내린 뒤 극장을 물색해 연장공연에 돌입할 방침이다.(02)745-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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