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문대 합격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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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 고교생들의 해외 명문대 진학실적이 좋다. 합격생들은 주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물론 학생 노력의 결실이지만 그 뒤엔 ‘명조련사’가 숨어있다. 이른바 ‘마이더스의 손’이라 불리는 이들을 만나봤다. 대원외고 유순종(51) 국제부장. 해외유학프로그램 학생 131명 중 130명의 합격을 도왔다. 한국외대부속외고 김묘중(45·여) 국제진로부장. 국제반 94명 전원을 미국 대학에 합격시켜 세상을 놀라게 했다.


SATⅠ, 점수 올리려면 독서를 생활화하라
  “SATⅠ 커트라인 점수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미국 Top20 대학에 진학하려면 SATⅠ(Writing·Critical Reading·수학 각 800점씩, 총점 2400점) 2250점은 확보해야 한다.” 대원외고 유 부장이 말문을 열었다.
  “한국 학생들의 경우 수학은 워낙 잘 한다”고 전제한 그는 “Writing과 Critical Reading의 대비책은 역시 독서”라고 강조했다. 대원외고는 해외유학프로그램 학생들을 위해 1학년 때 추천도서 30권을 선정한다. 모두 영어 원서다.
  유 부장은 “원서 읽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흥미를 갖는 차원에서 처음에는 문학작품 위주로 읽고, 시사잡지, 인문과학 서적 순으로 단계를 높여가는 게 좋다”고 했다. 명문대에 가려면 3년간 기본적으로 영어 원서 50권은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1년 6차례(1·5·6·10·11·12월) 치러지는 SATⅠ은 2학년 겨울방학(1월) 때부터 치러야 실전감각을 익힐 수 있다. 수시모집(Early) 마감일인 11월1일 전까지 3차례 정도 시험을 치러 성적을 확보해야 한다.
  “1·6·10월, 3차례 시험을 치르면서 자신의 취약부분을 파악해 나가는 게 좋다.” 외대부속외고 김 부장은 “수시모집 지원자 중에는 마감일 전까지 성적발표가 안 될 것이라는 착각에 10월 SAT 시험을 안 보는 경우가 있다”며 “그러나 10월 시험은 첫째 토요일에 치러져 마감일 전 결과가 나온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과목 수만 늘리면 역작용 일으켜
  미국 명문대에 합격한 한국 학생들의 AP(Advanced Placement·선학점이수제) 평균 이수과목은 6개. 이들은 “한국 학생들의 경우 이수하는 과목이 유사해 차별화된 자신만의 성향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미분·적분, 생물학, 물리학, 화학, 거시·미시경제학 등에 너무 몰린다는 지적이다.
  유 부장은 “10과목 이상씩, 과목 개수만 늘리는 한국 학생들의 현 추세도 문제”라며 “미국 대학들에서 ‘공부만 하는 아이’로 생각해 오히려 역작용을 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3~4과목은 점수 따기 편한 것으로 하되, 나머지 2~3과목은 남들이 안 하는 것을 전략적으로 파고들 필요가 있다는 것. 그는 이어 “지난해 스탠포드 대학에 간 장지연 학생의 경우 스페인어, 독일어 등 다양한 외국어 과목을 이수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남들이 많이 하지 않는 라틴어, 중국어, 일본어 과목 등을 이수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에세이, 진정성 없다는 의심 받고 있다
  점수로 환산되는 SAT나 AP가 상향 평준화되면서 에세이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두 교사 모두 “에세이는 내용의 진실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영어 실력을 보자는 게 아니라 학생의 잠재력과 학업열정, 내재된 캐릭터를 보려고 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최근 한국 학생들의 에세이는 소재와 전개방식이 천편일률적인 게 많아 미국 대학들로부터 “전문가가 대신 써 준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을 써도 좋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한 경험담을 쓰는 것도 좋다”며 “개인적인 체험과 생활을 주제와 결부시켜 구체적이고 솔직하게 쓴 글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3학년 1학기초부터 여러 주제로 글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 2학기 시작 전까지 자신에게 가장 맞는 주제의 글을 완성해야 한다.
  그 후엔 외국인 교사로부터 첨삭 및 교정을 받아야 한다. 여러 교사로부터 조언을 받는 게 좋다. 공통적으로 잘못됐다고 지적받은 부분부터 고쳐나가면 된다. 유 부장은 “글은 Process이지 Product가 아니다. ‘완성했다’고 생각하면 발전할 수 없다”며 “20회 이상 수정을 거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활동, ‘특별’한 재능 보여줘라
  김 부장은 특별활동 얘기를 꺼내자 올해 MIT에 합격한 임수현양의 예를 들었다. 임양은 고교에 입학해서부터 서울대 건축학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중소기업에서 인턴으로 활동했다. ‘사랑의 집짓기’ 운동에서 지붕 설계를 담당해 봉사활동을 인정받았다.
  김 부장은 “클럽활동이나 학생회 경력 등을 통해 다양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특정 분야와 관련된 재능을 키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합격생들의 봉사활동 시간은 평균 200~300시간. 유순종 부장은 “손쉽게 시간만 채우는 봉사활동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며 “소외된 아이들을 위한 영어캠프 참가, 독거노인 돕기 등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진정한 봉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특별한 봉사활동의 추억은 에세이의 좋은 주제가 된다.
  추천서는 유명인사에게 받는다고 좋은 점수를 얻는 게 아니다. ‘나’를 가장 잘 알고, 많은 교류를 통해 둘만의 ‘스토리’가 있는 교사에게 받는 게 가장 좋다. 유 부장은 “에세이와 특별활동, 추천서 간에는 연계성이 있어야 한다”며 “리더십이면 리더십, 봉사활동이면 봉사활동 등 하나의 주제로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부각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프리미엄 최석호 기자
사진=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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