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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국민 지지받는 프랑스 공무원 파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지난 80년대 후반 격렬한 노사분규사태를 겪었던 우리로서는 파업하면 폭력시위.최루탄.강제해산등의 낱말들이 떠오르기 일쑤다. 임금동결에 항의하는 프랑스 공무원들이 10일 전국적으로 벌인 24시간 총파업은 불편을 당하는 국민들이 공무원들을 지지하는 역설적 상황이 빚어져 한번쯤 되새겨볼 만하다.
이날 파업은 「검은 화요일」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5백만 공무원중 절반이상이 참여한 전례없는 대규모였다.지하철.버스등 대중교통수단이 끊겨 출퇴근길은 자가용으로 북새통이 됐고 관공서와 공립 병원.학교등이 문을 닫아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그런데도 여론조사에서 전날 40%대였던 파업지지율은 파업당일 57%까지 올라가는 기현상이 벌어졌다.국민들이 파업에 동조한 이유는 파업에 대한 인식과 파업참여자들의 평화적인 시위문화,그리고자크 시라크정권에 대한 불만등이 가 세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프랑스에선 해마다 1천3백여건의 각종 분규에 25만명이 참여할정도로 파업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날 파리등 전국 주요도시에서 수만명씩 참가한 대규모 가두행진은 도시 전체가 마비되는 사태로 이어지지 않은데다 단 한건의폭력사태도 발생하지 않았다.또 시라크대통령이 집권한 이래 프랑스정부가 잇따른 폭탄테러에 대해 속수무책인데다 재정적자 감축을명분으로 한 세금인상과 복지혜택 축소,핵실험 강행등으로 인한 비난여론등도 24시간 공무원 총파업을 동정적으로 끌어가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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