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근혜 대표 바쁜 행보] 조계사 찾아 '사죄 108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24일 오전 9시50분. 전날 선출된 박근혜 대표가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중앙당사에 도착했다. 朴대표는 그러나 당사 안으로 한발짝도 들여놓지 않았다. 대신 당직자들과 함께 당 간판을 떼어냈다. 한나라당이 '호화 당사'를 버리고 '광야'로 나서는 순간이었다.

朴대표와 당직자들은 떼어낸 간판을 들고 여의도 MBC 건너편의 '천막 당사'로 걸어갔다. 최근까지 중소기업종합전시관이 있던 곳이다. 10시10분쯤 도착한 朴대표는 그곳에 당 간판을 내걸고 조촐한 입주식을 치렀다.

朴대표는 "국민 여러분께 지은 죄를 진심으로 참회한다. 새 출발하려는 저희의 마음만은 받아달라"는 호소가 담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읽었다.

그의 '참회' 여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오후엔 서울 조계사에서 '사죄의 108배'를 했다. 당초 3000배를 하려 했으나 주지인 지홍스님이 "큰일 할 사람이 몸을 상해선 안된다"며 말렸다. 이에 앞서 방문한 명동성당에선 주임신부에게 고해성사를 했다.

한나라당이 마련한 천막당사는 40일간의 대지 임차료가 4200여만원. 천막 2개동을 짓는 데 1400만원의 비용이 들었고 컨테이너는 모두 860만원에 빌렸다.

전당대회가 끝난 뒤 부랴부랴 밤샘작업으로 마련한 탓에 전기나 통신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허허벌판에 지어져 바람도 거셌다. 朴대표는 "천막당사로 온 것은 돈 없이도 정치를 할 수 있게끔 당의 체질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천막당사에 경제현황판을 만들어 각종 수치들을 적고 매일 경제상황을 점검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朴대표는 오전 9시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고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차례로 찾았다. 그는 이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방문계획을 잡았으나 무산됐다. 민주당은 흔쾌히 승낙했으나 열린우리당 측이 "탄핵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으면 올 필요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선대위 이르면 26일 출범=朴대표는 "선대위는 곧 구성하겠으며 나도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그가 수석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고 당내외 유력 인사들을 공동 위원장으로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대 박세일 교수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의원, 대표 경선에 나갔던 박진 의원 등이 물망에 오른다. 대표 경선에서 2, 3위를 한 홍사덕 전 총무와 김문수 의원에 대해선 찬반 논란이 있다.

洪전총무는 탄핵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金의원은 탄핵철회를 주장했기 때문에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