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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라이벌열전] 산삼 VS 인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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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삼(사진左)은 밭에서 재배되는 인삼의 원종(原種)이다. 산삼이 심산의 수목 그늘에서 자란 야생삼이라면 인삼右은 산삼의 씨를 받아 인가 주변에서 재배한 인공삼이다.

둘 다 햇볕을 싫어하는 음지성 식물이다. 인삼 재배 시 해가림을 하는 것은 이래서다. 진세노사이드(인삼 사포닌)란 약효 성분을 갖고 있다는 것도 공통된다. 섭취 초기에 ‘잠이 오지 않는다’ ‘정신이 아찔하다’ ‘신열이 난다’ 등 명현(瞑眩)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한방에선 병이 치유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명현 반응은 부작용과는 다른 것으로 본다(동서신의학병원 한방병원 고창남 교수).

둘은 생김새·자라는 속도·효능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노두(蘆頭·머리)의 모양부터 다르다. 산삼의 노두는 마디가 여러 개이며, 기린 목처럼 길다. 반면 인삼은 노두 마디가 두세 개 정도이고 짧다. 노두는 줄기가 붙었던 자리로, 줄기가 말라 죽은 흔적이다. 산삼의 경우 노두 숫자가 많을수록 오래 묵은 것이다. 해마다 하나씩 추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두가 40개가 있다고 해서 산삼 나이가 40년인 것은 아니다. 휴면을 취하는 기간(10년이 넘을 수도 있다)엔 노두가 생기지 않아서다.

노두의 크기도 산삼이 인삼보다 훨씬 작다. 산삼이 햇볕을 덜 쬐고 자란 탓이다.

몸통도 산삼이 인삼보다 작다. 산삼의 몸통은 색이 진하고 작은 가락지(횡취)를 온 몸에 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횡취는 산삼의 티(흠결)로, 휴면 동안엔 생기지 않는다. 인삼은 몸통이 크고 굵은 것이 상품. 표면은 매끈하고 유백색의 윤기가 난다.

잔뿌리의 모양만으로도 식별 가능하다. 산삼의 잔뿌리는 억세고 힘차며 옥주(玉珠)가 있다. 옥주는 산삼 뿌리에 좁쌀처럼 붙어 있는 것으로, 수가 많을수록 고가에 팔린다. 인삼의 잔뿌리는 힘이 없고 약해서 잘 끊어진다. 옥주도 없다.

자라는 속도는 산삼이 훨씬 느리다. 보통 6년근 인삼의 무게는 80g가량. 개중 큰 것은 150g이나 된다. 해마다 25g씩 증체한 셈이다. 산삼은 47년근이 58g밖에 안 되는 것도 있다. 일반적으로 산삼은 1년에 1g가량 자란다. 인삼의 연평균 증체량은 14g 안팎.

약효는 산삼이 앞선다. 산삼은 주된 약효 성분인 사포닌을 인삼보다 최소 7종류 이상 더 갖고 있다. 양도 수배∼수십 배다. 사포닌은 유해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성분이다. 기운을 올려주고, 피로를 덜어주며, 질병에 대한 자연치유력을 높여준다(수원대 식품영양학과 임경숙 교수).

인삼은 혈압이 높거나 열이 많은 사람에겐 잘 권하지 않는다. 반면 산삼은 고혈압 환자나 평소 몸에 열이 많은 사람도 섭취 가능하다. 산삼엔 열을 내리는 사포닌과 열을 올리는 사포닌이 함께 들어 있어서다. 값비싼 산삼은 생으로 먹는 것이 원칙. 잔뿌리까지 먹는다. ‘산삼은 금속과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하므로 칼·녹즙기·믹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인삼(특히 백삼)은 산삼과는 달리 대추·생강 등과 함께 약탕기에 넣고 달인 뒤 매일 두세 번 식간에 마신다. 수삼은 생으로 먹거나 믹서에 갈아서 즙을 내어 마셔도 괜찮다. 꿀·설탕 등을 넣어 먹어도 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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