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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원의 캘리포니아 골프 <6>‘천방지축’ 앤서니 김의 변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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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재미교포 프로골퍼 앤서니 김(23)을 처음 만난 건 지난해 2월이었다. 당시 골프스쿨에서 연수 중이던 필자는 PGA투어 닛산 오픈을 관전하기 위해 3시간이 넘는 거리를 달려갔다. 말로만 듣던 그의 플레이를 지켜보려는 욕심도 한몫했다.

그의 첫 인상은 좋지 않은 편이었다. 아니 나쁜 쪽에 가까웠다. 짧게 깎은 ‘깍두기’ 머리까지는 그런 대로 괜찮았다. 그런데 골프 대회 도중 씹는 담배를 질겅대는 건 영 보기가 안 좋았다. 가끔 침까지 찍찍 뱉어내던 그는 3라운드에선 색깔이 다른 ‘짝짝이’ 신발을 신고 나와 시선을 끌었다. 한쪽은 검정, 다른 한쪽은 흰색 신발. 이유를 물었더니 냉소적인 표정으로 대답했다.

“골프가 잘 안되니 신발이라도 튀어야 하지 않겠나.”

미국 기자들도 앤서니 김의 행동을 못마땅해하는 눈치였다. 지난해 PGA투어의 새내기였던 그가 LA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당돌한 발언을 한 것도 문제가 됐다.

“지난해 PGA투어의 여러 대회에 초청을 받았다면 좋은 성적을 거둬 쉽게 프로에 진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회 관계자들은 번번이 (실력이 뛰어난) 나를 외면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보다 나이가 열 살 많은 타이거 우즈(미국)가 10년 전 프로로 전향할 때 테스트(퀄리파잉 스쿨)를 거치지 않고 프로에 직행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그의 돌출 행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어린 시절 LA에서 함께 골프를 했던 나상욱(24·케빈 나)이 대선배 격인 최경주 프로에게 인사를 하러 가자고 제안하자 그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내가 왜 KJ에게 인사를 해야 하는데?”

3월 제주도 핀크스 골프장에서 열린 유러피언 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 1년여 만에 다시 만난 그는 달라져 있었다. 무엇보다 말을 아꼈고, 선배와 동료 선수, 갤러리를 존중할 줄 알았다.

앤서니 김이 지난주 와코비아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뒀다. 대회 기간 내내 그는 싱글싱글 웃었다. 튀는 행동은 없었다. 대신 강한 승부욕과 다이내믹한 플레이가 우즈와 흡사하다는 평을 받았다. 무엇이 그를 변화시킨 것일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쉽게 우승했더라면 연습을 게을리했을 것이다. 프로 무대에서 1년을 지내면서 깨달았다. 훈련을 하지 않고, 샷마다 집중하지 않으면 우승할 수 없다는 사실을.”
피나는 훈련을 하면서 그는 인간적으로도 성숙해진 모양이다.

앤서니 김에게 배우는 팁 한 가지. 그는 키가 1m78㎝밖에 되지 않지만 PGA투어에서도 소문난 장타자다. 지난해 드라이브샷 평균 거리는 302.4야드. 공교롭게도 우즈와 샷 거리가 똑같다. 마음만 먹으면 가볍게 320야드 이상을 때려낸다. 비결은 뭘까.

3월 제주에서 만났을 때 그는 “그저 티를 높게 꽂고 세게 때리면 된다”고 말했다. 과연 그게 다일까. 그의 티샷 모습을 눈여겨보면 다른 선수들에 비해 클럽을 짧게 잡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엄지손가락 길이 정도 클럽을 내려 쥔 뒤 그의 말대로 ‘세게 후려 패는’ 것이었다. 와코비아 챔피언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역시 몸통 회전만큼이나 정확한 임팩트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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