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난치병 연구소 개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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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암·당뇨 등 난치병을 연구하는 전문연구소가 문을 열었다.

가천의과학대학은 9일 인천 송도테크노파크에서 ‘이길여 암·당뇨연구원’의 준공식을 했다. 지상 5층, 지하 2층, 연면적 1만6652㎡(약 5000평)인 이 연구소는 실험 장비와 건축비, 실험용 생쥐 구입비 등으로 총 1000억원을 들였다. 이 연구소의 ‘마우스대사질환특화센터’는 미국 예일대 등 6곳밖에 없는 세계 최고 수준의 시설을 자랑한다. 유전자 변형 쥐 3만 마리를 무균실에서 키울 수 있어 ‘마우스 호텔’로도 불린다. 이 쥐들은 암과 당뇨 등 다양한 기초의학 연구용으로 쓰이게 된다. 이곳에는 세계에서 두 대밖에 없는 24억원짜리 핵자기공명분광기(NMRS)도 있다. 또 ‘유전성출혈 혈관확장연구센터’도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미국 국립의료원(NIH) 종신연구원이었던 김성진 박사가 이 연구소의 종신직 원장을 맡았다. 김 박사는 과학기술색인논문(SCI) 논문을 192편이나 발표하는 등 암 성장 억제 연구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그는 만성 염증이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도 세계 처음으로 알아내기도 했다.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은 김 박사를 영입하기 위해 그가 원하는 모든 조건을 다 수용했다. 또 연구원 22명은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 대부분 스카우트했다. 미국 하버드의대의 최철수 박사와 김영범 박사, 플로리다주립대의 오석 박사, 시카고 로절린드 프랭클린의대의 전희숙 교수, 일본 쓰쿠바의대의 마무라 미즈코 박사 등이 연구소에 합류했다. 전희숙 교수는 당뇨병 치료의 길을 열 것으로 기대되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사람의 췌장에 있는 베타세포(인슐린 생산 세포)를 배양해 혈당을 조절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팀원 중 7명이 연봉 2억원 이상이며, 부서장 급 이상은 아파트도 제공했다. 김성진 원장은 “암과 당뇨·비만의 발병 원인을 한 연구소에서 상호 협력하면서 집중 연구할 수 있는 곳은 국내에서 유일하다”고 말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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