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여, 창조적 지성으로 날아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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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호 12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그러면 젊고 늙음의 기준은 무엇일까.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잃으면 늙었다고 한다. 젊은이는 미래를 얘기하고, 늙은이는 과거를 얘기한다. 그렇다면 76세 논객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아직 청년이다. 최근 써낸 『젊음의 탄생』(생각의나무)은 20대의 호기심으로 칠십 평생을 살아온 저자가 20대 젊은이들에게 던지는 충고이자 제안이다.

책의 구성이나 글의 짜임새는 전형적인 이어령 스타일이다. 21세기의 젊음을 상징하는 9개의 기호와 키워드로 정리했다. 기호와 키워드를 연결하는 비유, 그 논리적 연결점을 풀어내는 해박한 상식들이 현란하다. 예를 들자면 첫 번째 기호가 ‘카니자 삼각형(그림·오른쪽 아래)’이다. 집게발 세 개가 그려진 그림이다.

가만히 보면 하얀 삼각형이 떠오른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삼각형은 상상력의 산물이다. 이 공간은 상상력을 거침없이 펼칠 수 있는 창조적 지성의 인큐베이터다.
젊은 상상력을 키우고 펼치는 마음자세를 설명하는 수단으로 등장하는 것은 오래된 동요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높이 높이 날아라/ 우리 비행기”다.

강연에서 저자는 대학 입학을 “떴다”고 비유했다. 오랜 입시 공부의 무거운 굴레에서 벗어났기에 ‘공중에 떠 있는 기쁨’을 느낄 만하다. 뜬 상태의 다음 단계는 본인의 의지와 노력으로 날아오르는 것이다. 높이 높이 날아야 한다.

이 대목에서 이카루스의 신화와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발명 등 모험정신을 대표하는 얘깃거리가 논리적 근거로 적절히 인용된다.
첫 번째 기호가 카니자 삼각형이라면 두 번째 기호는 ‘물음표+느낌표’다. 첫 번째 키워드가 ‘높이 나는 창조적 상상력’이라면 두 번째 키워드는 ‘생각하고 행동하는 젊음’이다. 매사에 의문을 가지는 지적 호기심이 필요하며, 그것이 느낌과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렇듯 상식을 뒤집는 9가지 기호와 키워드의 지향점은 21세기형 젊음의 탄생이다.
저자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총명함과 지혜를 불필요한 소모전에 써버리고 정작 창조적인 생산활동엔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게 너무 안타까워 책을 썼다”고 한다. 당연히 첫 번째 독자는 대학생이어야 맞다. 두 번째 독자는 ‘지적 호기심’을 잃어가고 있는 사람이어도 좋을 듯하다.

자신이 지적 호기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조차 잘 인식하지 못하고 늙어가는 많은 사람이 독자가 돼야 맞는지도 모른다. 책을 통해 저자를 이해하고, 저자를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1950년대 초 문단의 거물 김동리 선생과 논쟁을 벌였던 젊은 평론가다. 63년에 내놓은 에세이집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는 장안의 지가를 올렸다.

까마득한 역사 속의 인물이어야 할 저자는 지금 젊은이를 상대로 미래를 얘기하고 있다. 저자가 2006년 펴낸 『디지로그』처럼 인터넷 세상에 대한 언급이 많다. 저자는 실제로 컴퓨터라는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사이버 세상에 두루 익숙하다. 나이가 젊은이에겐 앞을 보는 혜안을, 마음이 늙은 이들에겐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극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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