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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세계사 편력" 네루著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여학교적에 암기했던 인도왕조의 이름을 아직 외우고 있는 것을알고 놀랐다.마가다,마우리아,쿠샨,굽타….그때 우리들에게 세계사란 그런 것이었다.약탈과 침략과 조약과 협정,왕조의 흥망사와치적을 남긴 왕의 이름,함무라비 법전과 칼대제 와 십자군전쟁 같은 것.
도대체 누가 세계사란 그뿐이라고 가르쳤을까.우리들은 토라를 암송하는 유대의 여학생처럼 암기했으며,부르봉 왕조가 언제,마르틴 루터가 언제등 세계사 속의 그 흥망 연대와 개요를 암기하고성인이 되며 그리고는 세계사를 잊는다.
그러나 다행히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 눈뜰 때 우리는 그불행한 암기 대신 저 세계사라는 것의 광대한 역사가 지금 우리와 어떻게 긴밀히 상관하는가를 보게 된다.
인도 민주화운동의 기수였던 네루가 옥중에서 딸에게 보낸 서신의 완역본인 이 책은 역사에 대한 소명감과 인간의 책임에 대한구도자적 열정으로 넘친다.
세계사선생이 되어 중간고사를 앞두고 함무라비법전과 십자군전쟁연대를 암송하는 여학생 앞에 선다면 세계사란 이런 것이라고 말해 주고 싶은 것,자기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할 이유,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각별한 생 각,범인류적인사랑이 그 안에 있다.나 역시 세계사란 이런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거기에는 사건의 연대가 아니라「인간」이 있다.
역사와 문명을 이룩해 간 인간들의 수고에 대해,그들이 봉사하며 섬기던 신에 대해,그들이 이해하고 갈등한 생(生)과 집단의방식에 대해,실패를 겪으며 진보를 향해 가는 인간들의 발명과 투지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또 그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저 불굴의 역사가의 모습에서,나는 겸손히 투쟁하는「인간의 아버지」의 희망을 읽는다(인류의 유수한 투쟁사를 생각하면 나는 놀라움에 자주 흥분한다.자연과 맹수와 다른 종족,그리고 전제정치.민중 착취와 탄압에 대한 투쟁이란 얼 마나 절박하고 간절한 염원같은 것인가).
그 투쟁하는 아버지는 딸에게 말한다.『너는 먼저 그 일을 감당할 만큼 스스로를 단련하고 교육해야 할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저 선사문명의 인간들에 대해,그 인류의 자손인 우리들의 겸손과 희망에 관해 아들에게 이야기해 주는 세상아버지들의 염원에 대해,그래서 추악하고 부패하고 잔인한 역사 속의 인간에 대해 분노하고 수치심을 느끼지만 궁극적으 로는 인간에 대한 박애적인 희망속에 투쟁하는 아버지에 대해.딸을 사랑하는 한 인간 아버지의 편지는 그 아들과 딸인 우리들에게 마가다.마우리아 왕조를 암기하던 여학생때의 물음을 우리에게 다시 던진다.세계사는지금 나와 어떻게 상관하는 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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