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광장에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실시되는 것은 1991년 옛 소련 붕괴 이후 처음이다. 7일 취임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신임 대통령이 대내외적으로 러시아의 자신감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러시아 최대 일간지 이즈베스티야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는 동유럽 미사일 방어(MD) 계획 등으로 러시아와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과 옛 소련권으로 계속 확장하려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한 무력시위 성격이 강하다”고 보도했다. 또 “국내적으론 최근 몇 년 동안 쏟아 부은 2000억 달러(약 210조원)의 군사예산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보여 주려는 의도도 있다”고 밝혔다.
이날 군 최고통수권자인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붉은광장의 연단에 올라 퍼레이드를 지켜볼 예정이다. 국가두마(하원)는 8일 푸틴 전 대통령에 대한 총리 인준안을 찬성 392, 반대 56으로 가결했다. 퍼레이드에는 8000명의 병력과 200여 기의 첨단 무기가 참가한다. 최신형 탱크와 전차·대포 등은 물론 미국의 MD망을 뚫을 수 있는 무기로 알려진 ‘토폴-M’ 대륙간 탄도 미사일 4기가 선보인다. 최대 6개의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토폴-M 미사일은 사거리가 1만1000㎞에 이른다. 역시 미국 MD를 겨냥해 개발된 사정거리 500㎞의 신형 단거리 순항 미사일 ‘이스칸데르’도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공군에선 32대의 전투기와 전폭기가 참가한다. 미국 본토까지 핵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전략 폭격기 Tu-160과 Tu-95MC, 초음속 장거리 폭격기 Tu-22가 붉은광장 위를 난다. 최신 전투기 Su-27과 Mi-8 헬기, 공중 급유기 Il-78도 등장한다.
붉은광장에서 군사 장비가 동원된 퍼레이드가 마지막으로 열린 건 90년이다. 옛 소련 붕괴 이후 혼란기인 91~94년엔 아예 퍼레이드가 없었다. 승전 50주년이었던 95년엔 군사 장비 퍼레이드는 시내에서 떨어진 전승기념 공원에서 열리고, 붉은광장에선 참전용사 사열만 있었다. 96년부터 퍼레이드가 부활했지만 모스크바 방위사령부만 참여하는 소규모 행사로 치러졌다.
유철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