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은 클린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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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에게 밀리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지지 대의원 이탈, 자금난, 편향적인 언론 보도 등 3중고에 직면했다. 힐러리는 6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와 인디애나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기대 이하의 성과를 거둔 후 강도 높은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격차 커지는 대의원 수=힐러리를 지지해온 수퍼 대의원인 조지 맥거번 전 상원의원은 7일 “오바마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힐러리에게 “이제 사퇴하고 오바마를 지지해 민주당의 대선 승리에 기여해 달라”고 촉구했다. 힐러리는 이날 수퍼 대의원 두 명의 지지를 추가로 확보했지만, 맥거번 등 수퍼 대의원 두 명이 오바마 지지로 돌아서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반면 오바마는 이날 수퍼 대의원 4명을 추가 확보, 힐러리와의 총 대의원 수 격차를 160명 가까이 벌렸다. CNN 집계 결과 지금까지 오바마는 1845명, 힐러리는 1686명의 대의원을 각각 확보했다(수퍼 대의원 포함). 이에 따라 힐러리는 이날 다음 격전지인 웨스트 버지니아주(13일)에서 강행군을 한 반면 오바마는 하루를 쉬는 여유를 보였다.

◇자금난 가중=힐러리는 지난달 중순 이후 자기 돈 640만 달러를 선거 캠프에 빌려주는 등 총 1100만 달러의 사비를 쏟아부었다. 힐러리는 지난달 22일 펜실베이니아 경선에서 승리한 직후 하루 새 1000만 달러를 거둬들이는 기염을 토했지만, 6일 2개 주 경선에서 저조하자 자금 유입이 확 줄었다.

미 언론들은 “힐러리는 2개 주에서 TV 광고에 450만 달러를 퍼부었지만 800만 달러를 푼 오바마에게 압도당했다”며 “힐러리가 남은 경선에서 자금난을 극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언론의 ‘패배’ 판정=MSNBC는 7일 방송 도중 ‘클린던(Clindone?)’이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클린턴(Clinton)을 변형해 힐러리가 ‘완전히 끝났다(clean done)’는 어감을 풍긴 것이다. CNN은 힐러리가 지난해 대선 출사표로 내세운 ‘I’m in to win(난 이기기 위해 경선에 뛰어들었다)’을 비틀어 “Still in it(경선에 아직까지 남아 있다)”이라는 자막을 선보였다.

미 언론 중 상당수는 7일 “게임은 끝났다”며 오바마를 ‘사실상의 대선 후보’라 지칭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힐러리는 “민주당 후보가 최종 확정될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이라며 최종 6개 지역의 경선을 완주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힐러리가 남은 대의원 217명 대부분을 확보해 역전승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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