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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광우병 괴담은 사이버 폭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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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검찰이 7일 광우병 인터넷 괴담을 사이버 폭력으로 규정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에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인터넷상에 광우병 관련 허위 사실을 조직적으로 유포하는 배후가 있는지 규명하기로 했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이날 ‘전국 민생침해사범 전담부장검사회의’를 열어 “국가의 미래가 조직적이고 악의적인 유언비어에 발목 잡히는 일이 없도록 사이버 폭력을 척결하는 데 검찰 역량을 집중하라”고 밝혔다. 대검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및 첨단범죄수사부 검사 5명으로 구성된 ‘신뢰저해사범 전담수사팀’에 광우병 괴담을 수사하도록 지시했다.

검찰은 광우병 인터넷 괴담이 인터넷상의 악성 댓글이나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수준을 넘어 왜곡된 의견·정보를 대량 유포시켜 공공기관 홈페이지를 마비시키는 사이버 테러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민유태 대검 형사부장은 “광우병과 관련해 악의적·조직적으로 허위 사실을 생산해 유포하는 경우 국가 정책에 대한 불신과 나아가 사회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 검찰권을 발동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미국 여성이 쇠고기를 먹고 죽었다’는 식의 괴담을 악의적·조직적으로 유포하는 경우 현행 전기통신기본법상 허위 통신죄에 해당해 처벌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 법 47조는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단순하게 광우병에 대해 자기 의견을 올린 학생들은 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사회 혼란과 정부 무력화를 목적으로 한 조직이나 단체에 대해선 엄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전국 중·고생 ‘동맹 휴교 문자메시지’ 전송 사건과 관련해 경기도 성남 수내고를 방문해 이 학교 학생들에게 문자메시지가 대량 전송된 경위를 조사했다.

검찰은 이번 광우병 괴담 수사와 관련, 경찰 사이버범죄수사대에 수사를 맡기되 중요한 사안은 검찰 인터넷범죄센터에서 직접 수사하기로 했다. 광우병 괴담 외에 ‘독도 포기 괴담’ 유포를 비롯해 특정인에 대한 집단적 비방이나 개인 정보 누설 행위, 유명 정치인과 연예인 관련 악성루머 유포, 해킹과 바이러스 유포 행위 등도 단속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국민의 목소리를 범죄시하는 반민주적 발상”이라며 반발했다. 민변은 이날 성명에서 “정부는 최소한의 여론 수렴이나 안전 대책 없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였다”며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내용이라고 해서 ‘괴담’이나 ‘폭력’이 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도 “정부가 원하지 않는 여론이 들끓는다고 청소년까지 처벌하려 들면 더 큰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는 반대성명을 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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