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屋上架屋-쓸데없이 중복시켜 볼품없게 만듦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서평(書評)이 엄청난 영향을 발휘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낙양지귀(洛陽紙貴.낙양의 종이값을 올림)」의 고사를 만들어낸 좌사(左思)의 삼도부(三都賦)는 본디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작품이었는데 대시인 장화(張華)가 평을 하면서 일약 베스트 셀러가되었다. 그래서 명사(名士)에게 서문이나 서평을 부탁하는 일은예부터 있었다.이럴 때 부탁받은 사람은 대개 「좋게」 써주는 게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런데 범작(凡作)이나 심지어 졸작(拙作)마저 그럴 듯한 서평을 써준다면 독자를 기만하는 행위가 된다.중국이나 우리 나라사람들은 워낙 「인정」에 약해 그런 예가 많았다.
동진(東晋)의 문장가 유천(庾闡)은 양도부(揚都賦)를 지어 당시 세도가이자 친척이었던 유량(庾亮)에게 평을 부탁했다.물론유량은 정의(情誼)때문에 과장된 평을 해주었다.
『좌사의 삼도부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그 결과 사람들이 양도부를 다투어 베끼는 바람에 한 때 종이 값이 오를 정도였다.
하지만 당시의 고관 사안(謝案)은 달랐다.그의 작품은 반고(班固)의 양도부(兩都賦)나 장형(張衡)의 양경부(兩京賦),그리고 좌사의 삼도부의 아류(亞流)에 불과하지 않은가.그래서 사안은 혹평(酷評)을 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지붕 위에 또 지붕을 얹은 꼴이구먼.』(屋上架屋) 옥상가옥(屋上架屋)은 본디 옥하가옥(屋下架屋)이라 했다.지금은 「옥상옥(屋上屋)」으로 줄여서 말하기도 한다.괜히쓸데없이 중복시켜 볼품없게 만드는 것을 뜻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