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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테러 악재 속 외국인 꿋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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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국제 유가 급등과 테러 위험 증가로 세계 증시가 불안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 기조가 바뀔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아시아 증시에서 대만의 정치적 불안이 고조되면서 외국인이 발을 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최근 한국 증시에서 매수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23일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속에 주가가 폭락한 대만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고유가, 테러위험에 휘청=미국 뉴욕발 증시 불안이 세계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 22일 나스닥지수와 다우지수는 각각 1909.91과 1만64.75를 기록,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알카에다가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스페인의 열차 폭발 사건에 이어 팔레스타인 지도자 야신 암살 사건이 미 증시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5%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미국의 고용시장 불안이 지속되는 것도 세계 증시의 약세 요인이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영익 박사는 "실업률이 낮아지지 않는 한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될 수밖에 없고 세계 경제에도 주름살이 질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 뮤추얼펀드에서 19주 만에 자금이 빠져나간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증시가 움츠러들면서 한국과 대만 증시도 다시 미 증시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증권 신성호 상무는 "세계 경제가 불안하게 되면 외국인은 미국 증시의 상황에 따라 투자를 조절하므로 아시아 증시가 미 증시에 다시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매수 기조 유지=세계의 증시 환경이 이처럼 위축되고 있지만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 (Buy-Korea)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외국인은 대만시장에서 지난 10~18일 3조원 규모의 순매도를 보이다가 지난 주말인 19일과 주초인 22일 이틀 연속 순매수에 나섰다. 하지만 23일에는 사상 세번째로 많은 6500억가량의 순매도 물량을 쏟아내며 주가하락을 부추겼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외국인이 지난 주말 순매수를 보인 것은 매물을 받아줄 세력이 없어 주식을 팔지 못한 것"이라며 "대만시장이 안정을 찾은 23일 대규모 팔자 공세를 펼친 것이 예사롭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도 조정 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23일 외국인이 9백억원가량의 순매도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국내증시에서 외국인 매수가 주춤해지기는 했지만 단기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나라와 대만이 정보기술(IT)업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점은 비슷하지만, 중국과의 관계와 정치상황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국인은 대만시장에서 이달 들어 4000억원 넘게 순매도한 반면 한국시장에서는 2조원의 순매수를 보였다.

대만증시 하락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견해도 있다. LG투자증권 서정광 연구원은 "아시아 증시 등 비달러화 자산에 대한 투자비중을 늘리는 외국인들의 전략에는 변화가 없다"며 "정치불안 등으로 대만증시에 적신호가 나타난다면 대만증시의 자금이 한국으로 흘러들어 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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