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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소세 인하] 內需불씨 살려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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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주행거리가 12만㎞를 넘은 1994년식 쏘나타Ⅱ 승용차를 모는 회사원 김종호(33)씨는 정부가 24일부터 자동차에 붙는 특별소비세를 낮춘다는 소식에 새 차 구입을 생각 중이다.

자동차 출고가격에 붙는 특소세율이 1~2%포인트 떨어지면 특소세에 붙는 교육세(특소세액의 30%)와 부가세(소비자가격의 10%)도 같은 비율로 줄어들어 소비자가격은 1.2~2.3% 내려간다.

인하폭이 얼마 안 되는 것 같지만 소비 증대 효과는 만만치 않다. 재정경제부 소비세제과 김낙회 과장은 "특소세 인하에 따라 자동차 판매는 연간 2.4%(5700억원) 정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특소세를 인하하면 연간 24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든다. 그러나 물건만 많이 팔리면 세수는 걱정할 게 없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품목별로 소비자 가격이 얼마나 내리는지 자세히 알아본다.

◇승용차=차종별로 9만원에서 최대 200만원까지 소비자가격이 내려간다. 값이 비쌀수록 세금 인하폭도 크다.

소형차인 현대 클릭(1.3W 오토)과 현대 베르나(1.5 GV 오토)의 가격 인하효과가 12만~13만원인데 비해 준중형차인 기아 쎄라토(1.5 SLX 고급형)와 르노삼성 SM3(LE)가 15만원, GM대우 라세티(1.5 다이아몬드)가 19만원씩 값이 떨어져 인하폭이 크다.

2000cc급 이상의 경우 싼타페(2.0 골드)는 2127만원에서 2101만원이 된다.

국산차 중 최고가 모델인 에쿠스 VL450 리무진은 8690만원에서 8490만원으로 200만원, 외제차인 BMW 530 모델(3000cc급)은 9054만원에서 8850만원으로 204만원이 싸진다.

◇에어컨.프로젝션TV=에어컨의 소비자가격은 5.2% 정도 떨어진다. LG전자의 15평형 휘센에어컨은 203만원에서 192만원으로, 18평형은 275만원에서 261만원으로 값이 내려갈 전망이다.

프로젝션TV의 소비자가격도 2.8% 싸진다. 대우전자의 55인치 프로젝션TV는 330만원에서 322만원으로, 삼성전자의 42인치 프로젝션TV는 200만원에서 194만원으로 소비자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타=골프용품의 소비자가격은 8.8% 내려간다. 혼마(MM45-8883S)아이언세트는 330만원에서 301만원으로, 캘러웨이 ERCⅡ 드라이버는 115만원에서 100만원으로 값이 내려간다.

200만원 이상의 고급시계에 물리는 특소세율도 20%에서 14%로 낮아진다. 소비자가격이 740만원하던 로만손의 최고급시계는 706만원으로 떨어지고 수입품인 카르티에 시계도 800만원에서 763만원으로 싸진다.

향수에 붙는 특소세도 내려가(7%→4.9%) 샤넬(50ml)의 소비자가격은 8만원에서 7만8000원으로 2000원쯤 싸진다.

녹용.로열제리(7~4.9%), 요트.수상스키.윈드서핑 용구.영사기.촬영기.고급가구(20→14%) 등도 특소세가 내려간다.

◇언제부터 낮아지나=모두 출고일 기준이다. 소비자의 손에 제품이 들어오는 날이 아니라 생산업체에서 제품을 출고한 날을 기준으로 특소세 인하 여부가 결정된다. 이에 따라 24일 이전에 승용차를 사기로 계약했더라도 출고일이 24일 또는 그 이후이면 특소세가 줄어든 가격을 적용받는다.

반면에 승용차가 23일 공장에서 출고돼 24일 소비자의 손에 들어온다면 특소세 인하 혜택이 없다. 24일 현재 대리점.판매점 등에서 보유하고 있는 재고분 가전제품 등은 이날부터 다음달 10일까지 해당 세무서에서 재고로 확인받으면 특소세가 인하된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다. 대리점.판매점 등에서 보유하고 있는 재고분은 생산업체의 공장에서 출고할 때 이미 특소세를 낸 제품이다. 세무서로부터 재고분으로 인정되면 판매업자는 특소세를 돌려받고 소비자들에게는 특소세가 인하된 가격으로 팔면 된다.

◇효과는 있을까=선거를 앞둔 시점에 발표된 세금 인하 조치에 대해 선심성 논란이 일자 재경부 관계자는 "워낙 내수가 침체돼 소비심리를 촉발시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성명재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월 재경부의 특소세 인하 방침 발표 이후 대기하던 수요가 다소 회복될 여지는 있으나 최근의 경제상황에 비춰 볼 때 어느 정도나 될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재경부는 이번 조치와는 별도로 내년부터 승용차.유류 등을 제외한 대부분 품목의 특소세를 전면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종윤.김영훈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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