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5.18 정신, 인권·평화운동으로 이어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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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5.18 정신을 세계의 정신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13, 14대 국회의원과 한국학술진흥재단 이사장을 역임한 박석무(朴錫武.62)전 의원이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이하는 5.18 기념재단의 이사장으로 22일 선임됐다.

朴이사장은 "'5월 정신' 확산 운동이 유가족.부상자.구속자 등 관련 피해자 중심으로 전개돼선 안된다"며 "폭넓은 국민 참여를 이끌어내려면 항쟁이다, 투쟁이다 하는 개념에서 벗어나 인권.민주.평화.통일로 가는 대승적 5.18 문화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전남대 5.18연구소를 지원해 5.18의 이론적 정체성을 확고히 정립한 뒤 난립한 5.18 단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朴이사장은 1980년 광주 대동고 교사의 신분으로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다. 시민수습대책위 위원으로 활동하다 신군부에 의해 내란주요임무 종사죄로 5년형을 선고받고 2년간 투옥됐다.

83년 3월 전두환 전 대통령 취임 1주년 때 특별사면으로 풀려나 이듬해 복권된 뒤 88년 평민당에 입당해 13.14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전남 무안 출신인 그는 대학(전남대 법대) 시절 한.일 회담과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다 투옥됐고, 이후에도 3선 개헌과 유신독재를 반대하는 시위를 주도하는 등 줄곧 민주화 운동을 벌여왔다.

대학원에서 한국법제사를 전공할 때 입문한 다산학(茶山學)에 심취해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다산 산문선' '다산 기행' '역주 흠흠심서'등 20여권에 달하는 저서.역서.논문을 펴냈다. 한학(漢學)과 보학(譜學)에도 조예가 깊다.

"다산재단을 설립하기 위해 정치를 그만뒀다"는 朴이사장은 "다산 정신과 5.18 정신의 거리가 멀지 않다"고 덧붙였다.

광주=구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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