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이슬람교도 여성 기독교 정당서 깜짝 공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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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슬람교도인 젊은 여성이 다음달 4일 실시될 스위스 지방선거에서 기독교 정당인 민주기독교당(PDC)의 공천을 받아 후보로 나섰다. 스위스 남동부 티치노주에 사는 나지아 시디크(20)가 그 주인공.

시디크는 파키스탄 출신으로 1984년 태어난 직후 부모와 함께 스위스로 이주했다. 18세 때부터 히잡(이슬람 여성이 머리를 가리기 위해 쓰는 일종의 스카프)을 쓰고 다닌 독실한 이슬람 교도다. 이슬람 교도가 기독교 정당의 지방의원 후보가 된 것에 대해 "PDC는 다른 문화와 다른 종교에 관용과 사랑을 베푼다는 정강.정책을 가진 중도우파 정당이어서 마음에 들었다"며 "이는 우리 집안의 정치 성향과도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종교적 다양성을 인정하는 스위스를 위해 한 시민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티치노주를 위해 봉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시디크와 PDC의 선택은 프랑스와 독일의 일부 주가 학교 등에서 히잡 착용을 금지하는 법을 만드는 등 반(反)이슬람 감정이 팽배하고 있는 유럽에선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더구나 이번 공천은 이슬람 과격주의자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지난 11일의 스페인 테러 직후 반이슬람 감정이 들끓는 가운데 나왔다.

이에 대해 스위스 일간 르탱은 "젊은이들에게 관용 정신을 가르친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칭찬했고, 범아랍 인터넷 사이트 이슬람온라인은 "사려깊은 조치"라고 평가했다. 인구 730만명인 스위스에는 38만명의 이슬람교도가 살고 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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