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재미 한인사회 ‘무책임한 보도’ 지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쇠고기 협상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오른쪽은 박선영 대변인. [사진=조용철 기자]

한국에서 일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논란에 대해 미국의 한인사회는 강한 우려와 유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번 논란이 반미 감정의 소산처럼 비춰지면서 미국 내 한인사회에 대한 이미지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뉴욕한인회(회장 이세목)는 4일 “확실한 근거 없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를 제기한 일부 한국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를 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뉴욕한인회는 “미국 내 한국 동포들이 먹는 쇠고기는 한국에 수입되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광우병 관련 일부 여론이 사실이라면 우리들 가운데 광우병에 걸린 이들이 있어야 하는데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미 한국 동포들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번 논란은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미 의회 비준에도 막대한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한인 쇠고기 수출업체 대표 및 수의사 등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공청회를 열어 정확한 실상을 파악하고 홍보 대책 등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LA) 한인상공회의소 등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지역의 한인단체들과 워싱턴DC 주변의 한인단체들도 조만간 비슷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내 한인사회에서는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전혀 감지되지 않는다. 모든 한인 가정에선 변함 없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있다. 미국 언론에선 광우병 발생이나 피해 사례에 관한 보도가 없어 아무런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까닭이다. 이민 20년째라는 뉴욕 거주 교민 정재용씨는 “주변에서 중국산 식품을 조심하는 경우는 있지만 광우병 때문에 쇠고기를 먹지 않는 한인들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또 “정확한 사실이 아닌 정치적 목적 때문에 한국에서 광우병 파동이 난 것으로 현지 한인사회에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의 가족은 종전처럼 하루 건너 한 번꼴로 쇠고기를 먹고 있다고 한다.

한국서 온 상사 주재원들도 마찬가지다. 한 전자업체에서 파견된 이원문 차장은 “광우병 파문 때문에 주재원 사이에서 쇠고기를 꺼린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뉴욕의 한인들이 즐겨 찾는 한식당들의 매상도 전혀 줄지 않았다. 뉴욕 코리아타운에 자리 잡은 한식당 금강산의 이상만 매니저는 “한국 언론에서 광우병 얘기를 많이 하지만 이곳 손님들은 무관심해 손님이 전혀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4일 오전 메릴랜드주 캐더락 공원에선 야외 미사를 마친 한국 교민 200여 명이 불고기와 LA갈비로 점심을 했다. 60대의 한 교민은 “한국에선 이것 먹으면 죽는 것처럼 얘기가 떠돈다고 하는데 이민 생활 20년 동안 미국 쇠고기 먹고 죽었다는 사람 들어보지 못했다. 한국에서 시위하는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우리들이 뭘 먹고 사는지 한번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한 한인 여성은 “한국에서 국민의 건강을 걱정하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과학적이고 실증적으로 현실을 확인하지 않고 무조건 공포심을 조장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워싱턴·뉴욕=이상일·남정호 특파원, 사진=조용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