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미디어가 세상을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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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보통신업체에 근무하는 許모(48)부장.오전 7시 출근하자마자 커피 한 잔을 뽑아들고 책상앞에 놓인 개인용컴퓨터(PC)를켠다.어젯밤 일찍 퇴근하면서 작동시켜 놓은 자동응답장치 메뉴를마우스로 불러 자신에게 걸려온 3통의 전화 내 용을 음성으로 확인한다.
국제 뉴스에 관심이 많은 許부장은 조간신문에서 「나토가 3일째 세르비아系 지역을 공습중」이라는 기사를 읽고 궁금증이 발동,곧장 인터네트로 들어갔다.美 CNN社가 만든 멀티미디어 전자신문 「CNN인터액티브」에서 폐허가 된 도시의 모 습을 보고 15분전 들어온 최신 전황을 읽었다.새벽에 열린 US오픈에서 앤드리 애거시가 샘프라스에게 역전승하고 애인 브룩 실즈와 키스하는 장면을 보고 인터네트를 빠져나온다.
오전9시30분 PC에서 회의시작을 알리는 멜로디가 흘러나온다.오늘은 1주일에 한 번 전국 사업장 부장들이 얼굴을 마주하는날.비밀번호를 입력,자신의 참석을 알리고 모니터 위에 붙은 카메라를 작동시킨다.PC화상(畵像)회의가 시작된다 .
『안녕하세요.오늘은 넥타이가 아주 멋지군요.』화면속에 나타난9명의 부장들이 서로 가벼운 인사를 나누는 동안 회의서류는 이미 「파일 주고받기」기능을 통해 참석자들에게 전해진 상태.상반기 사업 결과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다 이내 ■론 을 내리고전자결재로 마무리 짓는다.
점심이후의 휴식시간.許부장은 11월에 있을 사내 어학검정시험에 대비,PC에 토익(TOEIC)CD롬 타이틀을 넣는다.집으로돌아와서는 배낭 해외여행을 떠나려 하는 장남과 세계지도 CD롬을 펼쳐놓고 일정을 짠 후 오랜만에 온가족이 P C 앞에서 노래잔치를 벌였다.
음성과 문자,영상이 합쳐져 모든 것들을 감쪽같이 재현해주는 멀티미디어가 세상을 바꾸고 있는 현장을 가상으로 그려본 것이다.가상이라지만 현재도 얼마든지 가능한 장면들이다.멀티미디어를 일상생활에까지 끌어들인 최고의 공로자는 바로 사무 실이나 가정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 PC.93년 1천억원에도 못미쳤던 국내 멀티미디어시장이 지난해에는 멀티미디어PC로만 5천억원에 달했고 올해는 1조원을 거뜬히 넘어설 전망이다.멀티미디어가 바꾸는 것은 우리의 가정과 생활주변 뿐아니 라 산업과 국력,그리고우리가 꾸는 미래의 꿈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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