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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ve Earth Save Us] “태양전지로 휴대전화 충전할 날 곧 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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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앨런 히거 교수가 자신이 개발한 두루마리형 플라스틱 태양전지를 들어보이며 장단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성룡 기자]

태양전지로 전자시계를 작동시키는 모습<上>과 다양한 색깔의 반투명 성질을 이용하여 창문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염료 태양전지<下>. 차세대 태양전지는 흐린 날에도 햇빛만 있으면 어디서든 전기를 생산한다.

“전장의 군인들이 텐트 위에 두루마리 태양전지판을 펴 위성통신기기의 전원을 공급받고, 아프리카 오지에서도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게 될 날이 멀지 않았어요. 둘둘 감거나 접어서 다닐 수 있는 플라스틱 태양전지가 그런 세상을 만들 겁니다.” 2000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학 앨런 히거(70) 교수는 최근 광주과학기술원과 공동 연구차 내한해 태양전지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 미래는 그가 개발한 플라스틱 태양전지로 열고 싶어 했다. 히거 교수는 둘둘 말 수 있는 족자 형태의 플라스틱 태양전지 실험 시제품을 언제나 들고 다닌다. 이 때문에 그를 ‘태양전지 전도사’로도 부른다. 그를 만나 태양전지의 전망과 한국이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서 태양전지를 육성하려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들어봤다.

-대체에너지로서 태양전지의 전망은.

“태양전지의 세계 시장은 2000년 이후 연평균 38%씩 급성장하고 있다. 다른 대체에너지인 풍력이나 바이오 매스보다 가파른 상승 추세다. 시장 규모가 2006년 107억 달러(약 11조원)였는데 2010년이면 361억 달러(약 36조원)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재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과 맞먹는다.”

-태양전지가 개발된 이후 50여 년 동안 설치된 태양전지 모두를 합해도 원자력발전소 두세 기가 생산하는 전력량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보급이 제대로 안 됐는데….

“지금까지 태양전지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실리콘 태양전지의 가격이 너무 비싸 보급이 많이 되지 않았다. 지금도 비싸지만 그 가격을 더 낮추는데도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 문제다. 그러나 새로운 태양전지가 속속 개발되고 있어 그런 문제들이 곧 극복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태양전지는 무엇을 말하는가.

“유리에 얇게 실리콘을 코팅하는 박막 태양전지와 플라스틱 태양전지, 반투명 염료 태양전지가 앞으로 태양전지의 대표주자 후보로 꼽힌다. 박막 태양전지는 이미 실용화돼 있다. 플라스틱과 염료 태양전지는 차세대로, 이들의 생산비는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의 10분의 1~20분의 1 이다. 선진국들도 이들 세 분야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한국이 어느 곳에 연구와 투자를 집중하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

“앞서 말한 세 가지에 고루 투자하는 게 좋다고 본다. 어떤 분야에서 획기적인 기술이 개발돼 태양전지의 대표주자가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개발한 것이어서 애착이 더 가긴 하지만 플라스틱 태양전지도 대단히 유망하다. 선진국들이 몇십 년 동안 해온 실리콘 태양전지에 뛰어들어 봐야 승산이 낮다.”

-한국의 강점이 있다면.

“한국은 화학공업이 대단히 발전해 있다. 플라스틱 태양전지나 염료 태양전지 역시 화학공업을 필요로 한다. 그런 기반을 활용해 기능성 플라스틱과 재료를 개발한다면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태양전지의 상용화에 걸림돌은 무엇인가.

“수명을 늘리는 것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플라스틱 태양전지와 염료 태양전지 등을 야외에 설치해 놓으면 며칠 만에 수명이 다 돼버렸다. 지금은 나와 광주과학기술원 이광희 교수팀이 공동으로 개발한 플라스틱 태양전지를 설치한 지 1년 반이 넘었는데도 끄떡없다. 효율도 상용화 가능 수준인 6~7%에 이른다. 당장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내가 설립한 벤처기업에서 휴대전화 충전기와 소형 전자제품 전원 공급용으로 쓸 수 있는 상용 시제품을 처음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몇 년 안에 수명이나 효율 문제는 충분히 해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태양전지가 가전제품처럼 쉽게 보급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보는가.

“그렇다. 개인의 경우 옷이나 가방에 태양전지를 부착하고 다니면서 전자제품의 전원을 공급하게 되고, 빌딩의 외벽과 유리창에 설치해 필요 전력의 상당 부분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이런 차세대 태양전지 시대가 몇 년 안에 열 것이다. 값싸고, 공해가 없으며, 고갈 염려도 없고, 어느 장소에나 설치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글=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앨런 히거 박사=미국 아이오와주 출신으로 네브래스카 대학을 졸업한 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B)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학(UCSB) 물리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77년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을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아 시라카와 히데키 박사, 앨런 맥더미드 박사와 함께 2000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2005년 광주과학기술원이 그의 이름을 따 설립한 ‘히거 신소재 연구센터’ 소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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