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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자사고 설립하는 기업 늘어나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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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에도 2010년 자립형 사립고가 문을 열 모양이다. 서울시는 그제 은평뉴타운 자사고 설립 부지를 공급하는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나금융그룹을 선정했다. 하나금융은 375억원을 들여 자사고를 세운 뒤 매년 3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최고의 시설과 정상의 교사, 독창적인 교육과정으로 글로벌 리더를 양성할 계획이다.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 방법으로 양질의 교육을 해보겠다는 하나금융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특목고가 그렇듯이 자사고는 평준화 정책의 폐해를 줄이기 위한 대안이다. 학교 유형의 다양화와 수월성 교육을 통해 획일적인 붕어빵 교육을 깨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 6곳에 불과한 자사고의 확대가 절실한 것도 그래서다. 이런 점에서 하나금융의 자사고 설립 결정은 고무적이다. 여기서 멈추지 말고 자사고 설립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이어져야 한다.

그러려면 기업의 사회 공헌 의지에만 기대선 안 된다. 자사고 설립을 유도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먼저다. 무엇보다 확실한 학교 운영 자율권을 줘야 한다. 자사고 운영을 위해 한 해 50억여원의 사재를 털어넣는 홍성대 전주 상산고 이사장이 여전히 사학 규제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는 상황이어선 안 된다. 자율성은 학교 다양화, 특성화의 전제다.

자사고 설립에 나서는 기업에 대한 사회 인식도 중요하다. 혹여 ‘장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있다면 경계해야 한다. 당초 은평뉴타운에 자사고 설립을 추진하다 포기하고 다른 곳을 물색 중인 대교의 하소연은 새겨들을 만하다. 전교조는 그렇다 치고 일부 공무원까지 장삿속 아니냐고 의심한다는 것이다. 대교는 학교법인을 세워 초기 출연금 630억원 외에 매년 20억~30억원을 내놓을 계획이다. 학교법인으로 들어간 돈은 대교가 다시 빼올 수 없다. 그런데도 이익을 남길 요량으로 학교를 세운다고 의심할 필요가 있을까.

우수 인재 양성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면 교육의 다양성 확보가 필수다. 자사고 설립에 나서는 기업들이 박수 받아 마땅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