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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화센터 생활글쓰기 모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글을 쓰는 게 우선 즐겁지요.그리고 여기 나오면 자기 이름이 있잖아요.친구끼리 만나도 요즘은 아무개 엄마라고들 부르는데여기선 서른셋에서 쉰하나까지 손위.손아래 가리지 않고 다들 누구씨예요.』 주부 조미엽(曺美葉.51)씨가 『여기야말로 가장 「나」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곳은 바로 현대문화센터 생활글쓰기모임.문학장르로 보면 수필이 될 터이지만 굳이 생활글이란 제목이 붙은 것은 글쓴이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구체적인 생활을 소재로 글을 쓴다는 점 때문이다.
부부동반 모임에 경황없이 나갔다가 자신의 초라한 행색에 참담함을 느꼈던 이야기,음식점을 하면서 시장에 채소파는 아저씨와 우정을 쌓은 이야기,아이의 국민학교 입학을 앞두고 30여년전 자신의 국민학교 입학시절을 되돌아본 이야기,생전처 음 「여성전용소금사우나」에 가본 이야기까지 글쓰기모임 회원들은 생활의 모든 단편을 소재로 글을 쓴다.
하지만 딱 떨어지는 소재찾기가 쉽지만은 않다.회원 이경종(李敬鐘.42)씨는 『소재 고르는 일이 가장 힘들다』면서 『진부한표현이나 미사여구도 다 피하다 보니 어떨 때는 쓸 말이 없다』고 생활글쓰기의 어려움을 털어놓는다.이 모임이 시작된 것은 2년전.문학평론가 임헌영(任軒永)씨를 강사로 강좌가 개설되면서 평소 문학에 욕심이 있던 주부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현재 20명 남짓한 회원 가운데는 김명(金明.44)씨처럼 남편과 함께 강원도원주에 살면서 서울사는 아이들 뒷바라지 하러 올 때마다 모임에 들르는 열성파도 있다.
이 열성파 가운데 아홉 사람은 최근 그동안 쓴 글을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제목은 『이런 금요일 어떠세요』.매주 금요일에 모임을 한다는데 착안, 가장 나이 어린 회원인 최소원(崔素媛.
33)씨가 지은 것이다.
여기에 실린 글을 두고 강사 任씨는 『가족.친구.부엌.시장에한정돼 있는 현재의 시야를 좀 더 넓힐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면서도 『여느 기성수필가 못지 않은 가능성이 있다』고 칭찬한다. 〈李后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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