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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성경으로 되돌아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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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달 25일 ‘신학자 100인 선언’의 공동대표를 맡은 조병호 박사<右>(한시미션 대표)와 박종천(감신대) 교수가 만났다. 이들은 “한국 기독교 역사상 100명의 신학자가 모여 교회 내부를 향해 ‘시국선언’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사진=양영석 인턴기자]

국내 신학자 100명이 모여 6월 2일 ‘시국 선언’을 한다. ‘군사 정권 시절도 아닌데 웬 시국 선언?’이란 생각도 들법하다. 전에는 진보적 신학자들이 종종 ‘시국선언’을 했었다. 민주화 운동의 일환이었다. 그런데 신학자 100명의 이번 ‘시국 선언’은 ‘정권’을 향한 것이 아니다. 기독교 내부를 향한 것이다. 국내 기독교 역사상 100명이나 되는 신학자가 모여 ‘선언문’을 발표하긴 이번이 처음이다. 과연 이들이 보는 한국 교회의 현주소, 그 ‘시국’은 어떤 걸까.

지난달 25일 ‘성경을 통(通)한 재정향, 한국 신학자 100인 선언’의 공동대표를 맡은 조병호 박사(한시미션 대표)와 박종천 감리교신학대 교수를 만났다.

조 박사는 개신교 보수진영인 ‘장로교’ 출신이고, 박 교수는 개신교 진보진영인 ‘감리교’ 출신이다. 조 박사는 칼뱅 계열, 박 교수는 웨슬리 계열을 따르는 이들이다. 그런데 둘이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한국 교회’를 향해 하나의 목소리를 냈다.

-‘신학자 100인 선언’의 배경이 뭔가.

“(박) 평소의 고민이었다. ‘신학자의 사명이 뭔가. 서구 교회의 가르침을 가르치는 것으로 끝나는 건가’란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교회의 문제와 대안을 한발 앞서 제기하는 것이 신학자의 할 일이 아닌가.”

-그럼 당신이 보는 ‘시국’은 뭔가.

“(박) 지금은 군사정권 시대가 아니다. 교회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는 외부에 있지 않다. 교회 내부에 있다. 폐쇄적인 열광주의, 배금주의, 교회의 사유화 등이 문제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선 ‘제2의 종교개혁’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번 ‘선언’을 준비했다.”

-‘선언문’에는 어떤 내용이 담기나.

“(조) 다시 근원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리오리엔테이션(재정향·Reorientation)’이라고 표현했다. 기독교의 근원이 뭔가. 바로 ‘성경’이다. 거기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이번 선언을 우리는 한마디로 ‘성경적 회복’이라고 부른다. 그래야 ‘성경적 기독교’를 만날 수 있다.”

-‘성경적 회복’이란 뭔가.

“(조) 구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를 예로 들어보자. 어떤 목회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방주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강변한다. 또 어떤 목회자는 ‘방주를 만들기 위해 노아가 흘린 땀, 동물들을 돌보던 노아의 마음을 보라’고 한다. 성경은 하나인데 우리가 끌어내는 메시지는 다 다르다. 각자의 입장과 필요에 따라 ‘성경’을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건 뭔가. 바로 성경에서 ‘하나님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하나님의 마음’을 느끼는 것이다. ‘성경적 회복’은 그걸 위한 것이다.”

-그렇게 ‘노아의 방주’를 읽으면.

“(조) 달리 느껴진다. 서구적인 방식에선 ‘홍수=심판의 도구’ ‘방주=구원’이란 식으로 기계적 도식화가 이뤄진다. 거기에는 두려움과 공포, 또 거기에 대칭되는 개념의 구원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심정적인 방식으로 ‘노아의 방주’를 읽어보라. 그럼 달라진다. ‘심판의 홍수’에서 ‘하나님의 눈물’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성경적 회복’이 어려웠던 이유는.

“(조) 우리는 지난 120년간 서구 사회의 모범적인 수신자였다. 교회와 신학뿐만 아니다. 한국 사회의 대부분 영역이 그런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그런데 서구의 방식은 나누고, 쪼개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걸 메뉴얼화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서구의 방식은 ‘문자’와 ‘분석’에 얽매인다. 거기선 부분만 보게 된다. 그래서 기독교가 자기 합리화와 자기 분파성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성경적 회복, 그럼 어찌해야 이뤄지나.

“(조) 서양은 성경을 지적이고, 인지적으로 접근한다. 그런데 동양의 전통적 사고 방식은 다르다. 심정적으로 접근한다. 그건 매우 큰 차이다. 동양적 방식은 큰 장점이 있다. 그걸 통해 하나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마음을 느끼는 것, 왜 중요한가.

“(박)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고 고백하는 이유가 뭔가. 예수를 믿으면 예수 안에서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야 인간의 마음이 하나님의 마음과 통하게 된다. 그게 바로 기독교에서 말하는 ‘구원’이다.”

-기독교 역사에서 ‘성경적 회복’을 외쳤던 적이 있나.

“(박) 루터가 그랬다. 중세 기독교가 헌금 강요, 면죄부 판매 등으로 부패했을 때 루터는 ‘성경으로 돌아가자’고 외쳤다. 루터는 ‘나는 여기에 서있다(Here I stand)’고 했다. ‘여기’가 어딘가. 바로 ‘성경’이다. 루터는 성령의 감동과 함께 성경을 읽었다. 그래서 루터가 말한 ‘여기’에는 ‘하나님의 마음’이 흐른다. 결국 루터가 돌아가자고 한 곳은 ‘성경’이었고, 동시에 ‘하나님의 마음’이었다.”

-이번 ‘신학자 100인 선언’의 지향점도 그런가.

“(조) 그렇다. 그래서 이번 선언은 한국 교회뿐 아니라 세계 교회를 향한 것이기도 하다. 서양 사회는 계약적·횡적 사회다. 반면 동양 사회는 관계적·종적 사회다. 이젠 그 둘이 통(通)으로 만날 시점에 왔다. 한국 교회에 그걸 주문하는 것이다.”

“(박) 인간의 마음과 하나님의 마음이 온전하게 통하는 곳. 거기로 돌아가야 한다. 그게 ‘성경적 회복’이다.”

글=백성호 기자, 사진=양영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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