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총재 당내정치 3각 用人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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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민회의의 부총재별 담당업무가 18일 발표되면서 새삼 김대중(金大中)총재의 용인술(用人術)이 화제가 되고 있다.
박지원(朴智元)대변인을 통해 발표된 당무분담 내용중 가장 부각된 사람은 이종찬(李鍾贊)부총재다.그는 조직담당인 사무처를 맡았다.부총재들중 「꿈」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들 하고 싶었던 분야다.반면 국회 대표연설자로 지명된 정대철(鄭大 哲)부총재는대변인실 담당으로 발표됐다.
舊여권 출신인 李부총재가 조직담당에 배정되자 당 관계자들은 의외의 인선이라고 입을 모았다.그러나 이날 당무분담은 金총재가당내 역학구도를 감안,고도의 용인술을 구사한 결과로 보인다.
현재 국민회의 내부에서는 김상현(金相賢)지도위원회 의장,이종찬.정대철부총재등 3인이 여러가지 이유에서 차기 당권주자로 지목된다. 金총재는 이 차기 주자들간에 힘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당 총재로서 힘의 누수(漏水)나 반란에 직면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아울러 차기 주자들의 보유 역량을 자신의 대권가도에최대한 흡인해야 하는 현실적 필요도 있다.
이 두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구체적 방안이 김상현.이종찬.정대철 3인간 의견제와 균형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외면적으론 자신을 정점(頂點)으로 그 하부에 3두마차 체계를 유지하는 형태다.권한도 주고 일도 준다.책임도 물을 기세다.
DJ(金총재)는 이날 아침 간부회의가 끝난뒤 金의장을 따로 불러 여야 영수회담 가능성에 대한 보고를 들었다.金의장이 자원한 이 업무는 아직 지지부진하다.金총재는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해보라」고 지침을 줬다.
鄭부총재에게는 지난주 국회 대표연설을 맡겼다.金총재 측근들은鄭부총재가 대표연설을 함으로써 수도권의 젊은층에 국민회의의 이미지가 크게 개선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鄭부총재 대표연설 카드는 또 민자당의 김윤환(金潤煥).최형우(崔炯佑).이한동(李漢東)의원이 각각 차기 대권을 언급하며 지역별 지지를 넓혀가는 것과도 관계가 있다.대구.경북과 부산.경남,경기를 묶어 총선승리를 도모하려는 민자당에 맞 서 호남-수도권 벨트를 공고히 하려는 것이다.
李부총재는 對수도권 전략의 숨은 카드로 보인다.鄭부총재가 젊은층을 겨냥한 성격이 더 짙다면 舊여권 출신의 李부총재 카드는명백히 舊여권.보수층을 겨냥한 카드다.
민자당이 15대 총선에서 수도권의 보수표 공략을 제1의 목표로 삼는다면 金총재는 李부총재 카드를 더 적극적으로 구사할 것이다. 金총재는 정국 상황 변화에 따라 당내 트로이카를 한사람씩 전면에 배치하는 정치를 도모하는 것 같다.
〈金鉉宗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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