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 Earth Save Us] “신토불이 밥상이 온난화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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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요코하마 기타나카에 있는 식당 ‘80*80’의 중앙 홀에 걸려 있는 대형 지도 앞에 서있는 아카기 도쿠아키 사장. 시즈오카현 후지산, 도쿄 오시마 등 식당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반경 80㎞ 내에 있는 지명들이 표시돼 있다. 이 식당은 반경 80㎞ 내에서 재배한 식자재를 80% 이상 사용한다.

28일 요코하마(橫濱) 기타나카(北仲) 도오리에 있는 식당 ‘80*80’(하치마루 하치마루). 점심시간이 되자 20~30대 직장인들이 줄지어 들어섰다. 3년 전 문을 연 이 가게는 반경 80㎞ 내에서 재배한 식자재를 80% 이상 사용한다. 그래서 이름이 ‘80*80’이다. 아카기 도쿠아키(赤木德顯·43) 대표는 “대기업에서 일하다가 5년 전 한 잡지에서 본 한국의 신토불이(身土不二) 운동에서 힌트를 얻어 이 가게를 열었다”며 “인근 농가 등 가까운 곳에서 재료를 사고, 식단에는 재료 생산지를 표기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근거리에서 생산된 식품을 먹자는 ‘푸드 마일리지(food mileage)’ 운동이 일본에서 확산하고 있다. 수송 거리가 짧을수록 교통 수단 연료 사용을 줄여 지구온난화 방지에 도움이 되고, 식자재도 싱싱하기 때문이다. 1994년 영국에서 시작된 소비자 운동 ‘푸드 마일스’의 일본판이다. 이산화탄소(CO2)를 많이 배출하는 비행기로 수입되는 식품 대신 일본 내, 그것도 가능한 한 가까운 곳에서 배송되는 식품이 훨씬 친환경적이라는 논리다.

도쿄(東京)의 ‘대지를 지키는 모임’이 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이 단체는 식품 무게(t)와 운송거리(㎞)를 곱한 푸드 마일리지 단위(t·㎞)를 쓰고 있다. 쌀 1t을 100㎞ 옮기면 100t·㎞가 된다. 여기에 비행기 등 수송 수단에 따라 배출되는 CO2 양을 곱해 100으로 나눠 환경 오염도를 나타내는 ‘포코’란 새로운 단위를 만들었다. 드라이아이스(CO2)를 물에 넣었을 때 나는 소리(일본어로 ‘포코포코’)를 따서 만든 말인데, 특정 식품을 먹기까지 배출된 CO2 양을 의미한다. 1포코는 CO2 100g이다. 이 단체의 홍보담당 우타가와 지나쓰(宇田川千夏)는 “일본 사가현에서 재배한 콩으로 만든 두부는 0.5포코인 반면 미국 노스다코타산 콩으로 만든 두부는 2포코”라며 “미국산 콩 대신 사가현 콩으로 만든 두부를 먹으면 1.5포코의 CO2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운동은 빠르게 확산돼 수도권 30여 개 대형 식품매장이 식품에 생산지와 CO2 발생량을 표시하고 있다. 또 8만여 회원을 대상으로 푸드 마일리지 식품 통신판매 사업도 하고 있다. 이 덕분에 2005년에는 환경성의 친환경 사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2001년 기준으로 일본의 연간 푸드 마일리지는 약 9000억t·㎞로 미국의 3배, 영국·독일의 5배, 프랑스의 9배였다. 히로세 가쓰시(廣瀨勝士) 농림수산성 식품기획과장은 “일본의 식량 자급률이 1960년대 70%대에서 최근에는 40%까지 떨어지고, 수입이 많은 육류 소비가 5배 증가한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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