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부제 유행"에 생각할 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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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울대학의 대부분 단과대학이 내년부터 학과를 통폐합해 학부제운영을 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뒤이어 성균관대와 몇몇 지방대도 같은 흐름을 타고 있다.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학부제 운영방식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유행 처럼 파급될조짐이다.
학과별이든 학부별이든 각기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대학의 특성과 방향설정 없이 명문대학이 학부제니 우리도 학부제라는 유행성추종으로는 대학의 경쟁력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기에 대학의 선별적 선택이 요청된다.
학부제운영은 학생의 적성에 따라 전공과목을 복수로 선택할 수있고,기초.인접학문과의 폭넓은 교양을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또 인기학과가 점수의 서열화로 매겨지는 학문풍토가 시정되는 효과도 기대된다.그러나 대부분 학생들이 적성 과 관계없이 기업과 사회가 선호하는 전공분야에 쏠릴 때 제동을 걸 수 있는장치가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여기에 비인기 학문의 교수는 설자리가 없어지면서 학문의 균형발전을 저해하는 역작용도 예상된다.
학부제란 대학원중심의 연구대학일 때 의미가 크다.대학을 마치고 바로 취업하는 방향이라면 굳이 연구대학을 선호할 필요가 없다.적성과 희망에 따른 학문을 선택해 폭넓은 교양을 쌓는게 바람직하고 권장해야 할 대학교육의 방향이다.연구와 교육을 위해 더 많은 공부를 하려면 대학원중심 대학을 선택할 것이다.그러나모든 대학이 연구중심이 될 필요는 없다.극히 적은 숫자로 제한돼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연구중심대학에 우선적으로 행정.재정지원을 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어느 대학이든 무조건 학부제 운영방식=연구중심대학=재정지원 이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굳어져 있다.대학 스스로 건학취지에 따라 대학운영을 결정하게끔 다양성을 권장할 일이다.한동대(韓東大)처럼 실기위주의 다양한 전문교육을 중시하는 대학도 있어야 하고,연구중심대학이 아니면서 학부제운영을 통한 다양한 대학교육을 하는 대학도 있어야 한다.학부제운영 곧 재정지원이 돼서는 대학의 다양화.특성화. 전문화를 저해하는 역기능이 초래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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