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여론조사] 열린우리 '초강세' 한나라 '정체' 민주 '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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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각종 총선 여론 조사에서 '여고야저' 현상이 뚜렷,후폭풍을 실감케 하고 있다. "탄핵 후폭풍은 곧 가라앉고 당 지지율도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던 야권의 기대는 일단 빗나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야 사이에서 관망하던 40% 안팎의 부동층들이 대거 열린우리당 지지로 돌아서면서 부동층 비율이 감소하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전국 주요 격전지 여론조사 결과에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양강 대결 구도가 고착하면서 민주당이 급격히 쇠퇴했다.민주당은 최대 격전지인 수도권에서 정당지지도가 민주노동당에도 뒤지고, 호남지역에서의 우리당 쏠림 현상도 두드러졌다.

선거를 불과 3주 가량 남겨 놓은 시점에서 이같은 여당의 강세가 지속될지 각 당은 여론 조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열린우리당 초강세= 조선일보와 한국갤럽이 19~20일 서울 48개 선거구 중 접전 예상지역 20곳(각각 20세 이상 500명)을 선정해 실시한 전화조사에서 열린우리당 후보가 17곳, 한나라당 후보가 3곳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린우리당이 우세한 17곳 중에서 오차범위를 벗어난 확실한 선두 지역은 11곳에 달했지만, 한나라당이 우세한 3곳은 모두 오차범위 내의 접전이었다.

조사대상 20곳 중에서 탄핵가결 이전인 지난 9일 한국갤럽에서 조사를 실시한 7곳의 변화를 보면, 열린우리당 후보의 지지도는 불과 열흘 사이에 모두 18%포인트 가량 수직 상승했다. 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 후보들의 지지도는 정체 또는 하락하는 추세였다.

조사대상 선거구 중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들은 종로.용산.동대문을.도봉을.서대문갑.마포갑.구로을.영등포을.동작을.강동갑.강동을 등에서 10~30%포인트 차이로 1위를 달리고 있었고, 중구.광진을.은평을.양천갑.서초갑.강남을 등에서는 오차범위 내인 4~8%포인트 차이로 우세를 보였다. 한나라당은 강남갑.서초을.송파갑 등에서 모두 1%포인트 안팎의 근소한 차이로 열린우리당 후보와 선두 경쟁을 벌였다.

'당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서는 열린우리당 12곳, 한나라당 7곳, 민주당 1곳 등에서 우세해, 지지도에 비해서는 야권 후보들이 당선예상 후보로 다소 많이 꼽혔다.

1인 2표제로 실시될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지지할 정당'으로는 열린우리당이 20곳 평균 43.9%로 한나라당(22.9%) 및 민주당(6.1%), 민주노동당(4.4%) 등을 크게 앞서, 정당 득표율에 의한 비례대표의원 확보도 열린우리당의 우세가 전망됐다.

◇부동층 여당 지지로 돌아서= 동아일보가 20일 여론조사전문기관인 코리아리서치센터(KRC)에 의뢰해 전국의 20세 이상 남녀 2108명을 대상으로 총선 때 지지할 후보의 정당을 전화 면접으로 조사한 결과 열린우리당 45.2%, 한나라당 13.8%, 민주당 4.1%, 민주노동당 3.5%, 자민련 1.1%로 나타났다.

당선 가능성도 열린우리당(35.1%)이 한나라당(17.6%)을 앞섰다. 그러나 대구 지역의 당선 가능성은 한나라당 36.6%, 열린우리당 22.9%, 부산지역은 한나라당 26.1%, 열린우리당 24.7%로 나타나 영남지역에선 여전히 한나라당 강세를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지지후보가 '없다, 모른다'로 답한 부동층은 27.1%로 2월 14일 조사 때의 47.2%에서 20.1%포인트가 줄었고 총선 투표 의사를 밝힌 응답자도 83.0%에 달해 유권자들의 특정 정당 지지 의사가 확고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탄핵안 통과 후 지지정당을 바꿨다'는 응답자는 32.7%였으며, 이들이 당초 지지했던 정당은 한나라당이 11.2%, 민주당이 10.1%였던 것으로 나왔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금까지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을 잘해 왔는가'에 대해선 '잘했다'가 47.6%, '잘못했다'가 39.4%로 지난해 5월 이후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보다 높게 나왔다. 또 헌법재판소가 노 대통령을 탄핵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은 75.7%였다.

조사 대상의 75%는 탄핵안 가결이 잘못됐다고 답해 수그러들지 않는 탄핵 역풍을 실감케 했다.

지역별로도 큰 차이는 없었다. 서울(74.7%) 인천.경기(76.2%)는 물론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전남에서도 81.2%가 탄핵소추안 가결이 잘못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의 아성인 대구.경북에서도 마찬가지. 71.1%가 잘못됐다고 응답했다.

한편 탄핵 여부와 상관없이 노무현 대통령이 남은 임기 중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조사 대상의 79.4%가 계속 수행을 지지했고, 13.5%는 노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했다.

◇주요 격전지 여당 우세=한국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20일 관심지역 6곳에 대한 전화여론조사(선거구별 남녀 유권자 500명 대상)를 실시한 결과, 역대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계속 당선자를 냈던 서울 강남 갑에선 우리당 박철용(朴哲用) 후보가 32.4%를 얻어 25.8%의 한나라당 이종구(李鍾九) 후보를 앞섰다. 민주당 전성철(全聖喆) 후보는 4.0%에 그쳤으며 모름ㆍ무응답 등 부동층은 34.4%였다.

한나라당 텃밭인 부산 북ㆍ강서갑과 경남 남해ㆍ하동에서도 우리당의 이철(李哲) 김두관(金斗官) 후보가 각각 38.9%와 36.4%의 지지를 얻어 21.0%와 28.7%를 기록한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박희태(朴熺太) 두 현역의원 후보를 앞질렀다. 두 지역의 부동층은 각각 33.5%와 32.4%였다.

역시 한나라당 강세지역으로 분류돼 온 경기 고양 일산 갑에서도 우리당 한명숙(韓明淑) 후보가 47.9%의 지지율을 기록, 25.7%의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후보를 크게 앞섰다. 민주당 박태우(朴泰宇) 후보는 3.1%에 불과했다.

민주당이 텃밭으로 여겨온 광주 북 갑에선 우리당 강기정(姜琪正) 후보가 53.3%의 지지율로 현역 의원인 민주당 김상현(金相賢ㆍ13.4%) 후보를 압도했고 전북 전주 완산 갑에서도 우리당 장영달(張永達) 후보가 59.1%의 지지를 얻어 민주당 이무영(李茂永ㆍ13.7%) 후보를 큰 차이로 제쳤다.

비례대표 정당명부제 실시에 따라 6개 지역의 정당 투표 의향을 물어본 결과, 6곳 모두 우리당이 36.6 ̄67.8%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으며, 호남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한나라당이 2위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호남에서만 2위를 기록했을 뿐 서울 부산 경기 경남 등 나머지 4개 지역에선 모두 민주노동당에 3위를 내주고 4위에 그쳤다.

디지털 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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