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화재, 하루 새 ‘지옥·천당’ 오락가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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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제일화재 주가가 28일 천당과 지옥을 오르내렸다. 메리츠화재 측이 제일화재에 대한 인수합병(M&A)을 계속 추진키로 하면서다.

메리츠화재의 M&A 포기설이 나오면서 제일화재 주가는 이날 하한가(1만4150원)로 출발했다. 그러나 오전 10시 메리츠 측이 M&A를 계속 추진한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상한가(1만9050원)로 치솟았다. 만일 1억원으로 제일화재 주식을 하한가에 매입해 상한가로 팔았다면, 하루 만에 3463만원의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오후 들어 매물이 늘면서 제일화재 주가는 1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에 앞서 메리츠화재 원명수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를 열고 “오늘 중 제일화재의 최대주주인 김영혜 이사회 의장에게 마지막 제안서를 보낼 것”이라며 “이를 거부하면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지분을 공개 매수하겠다”고 말했다.

인수 조건은 ▶김 의장의 기존 보유 지분 20.7%를 주당 3만원에 사고 ▶M&A가 불거진 이후 김 의장(4%)과 한화그룹(9%)이 추가로 사들인 지분은 주당 2만원에 매입하며 ▶30일 오후 6시까지 답변을 달라는 것이다.

원 부회장은 “지난주 김 의장 측이 우리가 애초 제시한 가격이 너무 낮다는 의사를 전해 와 협상을 했다”며 “최종 결론을 내지는 못했지만 입장 차이가 상당히 좁아졌다”고 설명했다. 일단 적대적인 M&A보다는 우호적인 M&A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그는 “김 의장이 제안을 거부해도 바로 공개 매수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대주주 승인 등 필요한 절차를 거치고 주가가 안정되는 시점에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주주에게 제시한 주당 3만원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것으로 이것이 공개 매수 가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제일화재 관계자는 “김 의장이 메리츠에 회사를 넘길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메리츠 측이 M&A를 시도하자 동생인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양측은 협의하에 지분을 늘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과 김 의장이 지분율을 45~50%까지 올린 뒤 제일화재와 한화손보를 통합 경영키로 합의했다”며 “김 의장이 가격이 너무 낮다고 했다는 것은 거부 의사를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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