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전8기 女골퍼신화 베시킹 내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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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미국여자골프의 기린아인 낸시 로페스(38)가 지난 77년 「큐스쿨」(프로테스트)을 통과,프로로 전향했을때 특이한 경력의 선수가 끼어있었다.
이선수는 74년 애리조나州 퍼몬 대학의 만능 스포츠선수상을 받은 경력의 소유자.농구선수로는 대학올스타 출신 민완가드에 필드하키에서는 득점왕이었다.바로 베시 킹(40)이었다.이때가 킹이 하키경기도중 입은 심한 무릎부상으로 「운동선수 로 수명이 끝났다」고 판정을 받은지 2년 후.이런 사실을 그 당시에는 주의깊게 살펴본 사람이 별로 없었다.
두명의 골퍼는 초기부터 명암이 뚜렷이 갈렸다.아마대표 출신인로페스는 탄탄대로를 달렸다.78년 9회 우승으로 시즌 MVP에올랐다.초반부터 프로무대를 휘어잡은 셈이다.
반면에 킹은 7년동안 한차례의 우승도 거두지 못했다.무명의 설움을 톡톡히 겪었다.수많은 골퍼가 프로테스트를 통과한 후 빛한번 보지 못하고 사라졌다.킹도 그중의 하나처럼 묻혀가는 듯했다. 그러나 킹의 골프인생이 그렇게 끝나지는 않았다.그녀에게는농구와 하키에서 몸에 밴 승부근성이 숨어 있었다.좌절은커녕 맹렬하게 연습에만 몰두했다.
7년이 지난 84년.킹은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켐퍼오픈 우승으로 프로 첫승을 장식했다.그녀는 잇따라 4개대회 우승을 몰아치며 비약을 시작했다.이해 상금랭킹 1위.평균타수 1위로 최우수선수가 됐다.일약 스타덤에 올라섰다.
이어 89년까지 20승을 거두며 로페스를 제치고 그녀의 시대로 이끌었다.킹은 이 기간중 가장 많은 우승을 했다.또 가장 많은 상금도 탔다.
그녀가 무명골퍼에서 미국최고의 여성스포츠인으로 떠오르자 무릎부상과 이전의 화려한 경력이 다시 부각됐다.
90년대 들어서도 그녀의 위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93년 11월까지 9승을 보태 29승을 기록했다.선수의 꿈인 명예의 전당 진입을 눈앞에 뒀다.
그후 1년 7개월.미국인인 그녀에게도 아홉수가 찾아왔다.지난해 세번이나 2위를 하면서 1승을 보태지 못했다.특히 11월 일본에서 열린 도레이 재팬퀸스컵은 어느 대회보다 그녀에게 뼈아픈 경기였다.
우승을 눈앞에 둔 마지막 라운드에서 한국의 고우순(高又順)이란 골퍼가 마지막 2홀을 남겨두고 동타로 따라붙었다.그러더니 6회의 연장경기를 겪으며 한차례도 진적이 없는 킹을 연장전에서눌러버렸다.「명예의 전당」에 반쯤 발을 걸쳤던 그녀에겐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킹은 올 6월 숍라이프클래식대회 우승으로 마침내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또 여자골퍼로 사상처음 통산 상금 5백만달러 기록도돌파했다.
승부를 위해 아직껏 결혼도 미룬 골퍼,자식이라고는 신앙을 통해 대모가 된 루마니아의 고아들밖에 없는 킹.그녀는 세계적인 명성을 한국에서 빛낼 단단한 각오를 하고 있다.
〈王熙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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