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종합과세 속태우는 금융기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채권 종합과세와 관련한 정부 방침이 오락가락 하는 와중에 은행.증권.투금.투신등 금융기관들은 속만 태우고 있다.창구에서는고객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데 시원한 대답을 해줄게 없다.그저기다리라는 말만 할뿐이다.내부적으로도 예금이탈 이나 기존고객에대한 대책을 세우고는 있지만 그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는 정도다.
◇은행=당장은 특정금전신탁등 각종 절세상품에 가입한 고객 처리 문제가 가장 큰 고민이다.고객들도 창구로 문의는 하지만 『은행이 무슨 죄가 있겠냐』는 식이어서 응대하기가 그래도 수월한편.그렇지만 내부적으로는 정부의 방침이 최악의 상황(채권 종합과세)으로 가더라도 기존고객에게는 피해를 최소화해준다는 쪽으로방향을 정하고 있다.특정금전신탁으로 2천억원 정도를 받아두고 있는 보람은행은 이 경우 수탁금액의 1.25~0.75%로 정해져 있는 중도해지 수수료를 받지 않고 원금과 신탁기간 만큼의 이자를 돌려줄 계획이다.
◇증권사=채권의 만기전 절세매매상품을 4천억원 가까이 판매한증권사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은행은 채권이 종합과세 대상이 돼도 다른 절세형 신상품(상속.증여세 절약)을 개발할 여력이 있지만 증권사는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LG증권의 한 관계자는 『채권이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되면 개인을 상대로 한 채권영업은이제 어려워 질것』으로 전망했다.
◇투신사=상대적으로 걱정이 덜하다.기존의 공사채형 수익증권은정부의 방침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종전과 다름 없이 운영될 것이고 다른 금융기관에서 이탈한 자금의 추가유입에 대한 기대감도 어느정도 있다.
또 서울 3투신이 총1천억원 가량의 분리과세형 상품을 팔았지만 이는 모두 5년이상 장기채를 위주로 한 것이어서 별 문제가없는 상태다.한국투신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정부의 정책방향이오락가락 하는 바람에 최근 분리과세형 상품의 가입이 줄고 있어추가설정은 일단 유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금사=기업어음(CP)이 종합과세 대상이 되면 적지 않은 충격이 있을 것으로 보고 내부 단속을 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없어 고민이다.기업들의 관망자세가 역력해 CP발행물량을 크게 줄이고 있다.
CP발행을 예정했던 기업들은 발행을 늦추고 꼭 발행해야 하는기업들도 1개월物등 단기로만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투금사 관계자는 『CP자금 이탈은 세법개정안이 나오기 전까지 각오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정부가 방침을 번복하는 와중에 기업들의 관망세가 두드러져 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실제로 이날 1개월만기 CP발행금리는 전날보다 0.4%포인트 정도 높은 13.5%까지 올랐다.
〈宋尙勳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