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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계월씨 국악인생 60년 결산 고별공연-16일 호암아트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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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경기12잡가)보유자 묵계월(墨桂月.74)씨의 고별공연이 16일 오후7시 호암아트홀에서 열린다.
「묵계월 1995 끝없는 소리의 길」이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날 공연에선 墨씨만 유일하게 부를 수 있는『삼설기』(三說記)를 비롯,『아리랑 모음』『경기민요』등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
「백이숙제 착한 이와 도척같은 몹쓸 놈도 죽어지면 허사로다…」로 시작되는 『삼설기』는 책을 읽듯 읊조리며 부르는 노래.술에 취해 쓰러진 세 선비를 죽은 줄로 착각한 저승사자가 이들을황천으로 끌고갔는데,다시 살려주면 세상에 나가 무얼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각각 재물의 복과 좋은 가문,산천경개 유람이 소원이라고 답한다는 내용이다.
이어서 역시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보유자인 이은주(73)씨등이 찬조출연해 무대를 빛내며 임정란.지화자 등 35명의 이수자 전원이 부르는 경기잡가 『산타령』으로 막을 내린다.
墨씨는 『여든고개를 바라보노라니 앞으론 무대에 서지 못할지도모른다는 걱정이 앞서 「고별무대」를 서두르게 됐다』며 『60년국악인생을 결산하는 무대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서울 광희동에서 가난한 양반 이윤기씨의 넷째딸로 태어난 墨씨의 본명은 이경옥(李瓊玉).열살때 소리에 이끌려 수양 어머니 이정숙씨에게 가 65년동안 경기민요라는 「한우물」만 파왔다.묵계월이라는 예명은 양아버지의 성을 따라 새로 지은 것.
수양어머니는 이광식 선생을 불러 여창지름.남창지름.시조.가사등 소리의 기초를 다지게 했다.열두살때부터 당대 경기 12잡가의 1인자인 주수봉.최정식 선생에게 소리를 전수받은 墨씨는 75년 12잡가 중 「적벽가」「출인가」「선유가」「 방물가」로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았다.『애환이 많이 배어 있는 서도소리와는 달리 경기민요엔 곱게 꺾어내리는 섬세한 흥취가 있다』고 자랑하는墨씨는 『요즘엔 경기민요도 마이크 앞에 서서 동작을 가미해 가면서 부르는 등 많이 바뀌었다』고 회고한다.
墨씨가 즐겨부르는 『삼설기』는 수많은 경기잡가 중에서도 「족보있는 소리」로 손꼽힌다.
墨씨는 『삼설기가 기막히다』는 칭찬을 받을 때마다 열여섯살때수양어머니집 사랑방에까지 찾아와 그 소리를 가르쳐 준 이문원(李文元)선생을 잊지 못한다.
지금도 제자들에게 어렵고 힘들었던 옛날 이야기를 입버릇처럼 들려준다는 墨씨는 서울 무학동 소재 「묵계월 경기민요 전수소」에서 1주일에 2회 서너시간씩 후진양성에 힘쓰고 있다.
李長職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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