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공식주는 소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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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뒤 청와대 만찬주로 ‘소폭’(소주 폭탄주)이 애용되고 있다. 소폭이란 맥주에 소주를 섞어 마시는 술을 가리킨다.

이 대통령은 25일 한나라당 낙천·낙선자와의 만찬에서 직접 소폭을 돌리며 어색한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한나라당 당선인 부부 동반 초청 만찬(22일)과 선대위 지도부 만찬(11일)에서도 역시 소폭이 돌았다. 출입기자들과의 만찬 같은 비공식 행사에서도 소폭이 등장하곤 했다.

이 대통령은 평소 술을 즐기는 타입이 아니다.

서울시장과 후보 시절에는 측근들에게 “술 먹지 마라”고 곧잘 주의를 줄 정도였다. ‘커피 마시면서 얘기하면 되지, 꼭 술을 먹어야 되느냐’는 생각이 강했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청와대 만찬에서 손수 소폭을 돌리고 나선 데 대해 측근들은 “서민적 이미지가 강한 ‘소폭’을 여러 사람과 나눔으로써 누구와도 격의 없이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폭을 일종의 ‘소통 수단’으로 선택했다는 거다. 소폭이 양주 폭탄주보다 위화감이 덜하다는 점도 애용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한다. 다른 측근은 “짧은 시간 안에 스킨십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술을 많이 먹지 않던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도 공무원들이나 기자들과의 만남에선 과음을 하곤 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소폭을 만들 때 ‘뇌관’으로 불리는 작은 잔에 비교적 소주를 많이 붓는 편이라고 한다. 소주잔 10분의 7 이상을 소주로 채운 뒤 맥주잔에 넣는다고 한다. 최근 한 청와대 만찬에선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소폭 다섯 잔씩을 식당용 카트로 운반한 뒤 수십 명의 참석자 전원이 ‘원샷’을 하는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 공식 석상에서 술을 잘 마시지 않던 노무현 대통령과는 다른 모습”이라며 “청와대에서 소폭을 애용하다 보니 당직자들의 술자리에서도 전보다 소폭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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