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저격수 무서워 못 와 오바마는 지금 교회에 있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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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6일 워싱턴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협회 연례 만찬장에서 특유의 유머감각을 발휘해 민주·공화당의 대선 후보들을 신랄하게 꼬집었다고 AP·워싱턴 포스트 등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등 대선 후보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농담의 소재로 삼은 것.

만찬 장소인 힐튼호텔에 들어선 부시 대통령은 세 명의 대선 후보가 보이지 않자 우선 같은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를 언급했다. 그는 “매케인 의원이 여기 없다”고 말한 뒤 “아마 나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길 원했나 보다”고 촌평했다. 같은 공화당원이지만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지지율이 크게 추락한 부시 대통령과 나란히 있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을 매케인 진영이 내키지 않아 했을 거라는 이야기다. 부시 대통령은 또 민주당 후보들에 대해 “힐러리 클린턴은 저격수의 총격 때문에 (만찬장에) 들어올 수 없었고, 버락 오바마는 (지금) 교회에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터져 나온 두 후보의 스캔들을 각각 꼬집은 것이다.

힐러리는 지난달 말 한 유세장에서 “1996년 치안상태가 문제 된 보스니아에 대통령 대신 영부인 자격으로 방문했다. 공항에 내릴 때 저격수들이 노리고 있어 고개를 숙이고 황급히 차로 달려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바로 보스니아 내전은 95년 끝난 것으로 확인됐고, 힐러리가 방문했을 때는 공항에서 어린이가 환영시를 낭독하는 비디오까지 공개됐다. 그러자 힐러리는 “잠이 부족해 실수했다”고 거짓말을 시인했지만 지지율은 추락했다.

오바마 역시 자신이 다니던 시카고 교회의 담임목사 제임스 라이트의 미국 비하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다. 지난달 그의 정신적 스승인 라이트 목사가 설교 때 “흑인은 ‘갓 댐 아메리카’(빌어먹을 미국)라고 외쳐야 한다”고 말하는 동영상이 유포됐다. 큰 타격을 입게 된 오바마는 “라이트와 여러 정치적 견해가 전적으로 다르다. 그러나 라이트는 내게 가족과 같다. 그는 내 신념을 굳게 다져 줬다”고 말해야 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재임 시절 자신의 일상을 담은 비디오를 보여주며 마지막이 될 연례 만찬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또 해병대 군악대를 직접 지휘하기도 했다.

대통령과 백악관 출입기자단협회의 연례 만찬은 1924년 시작됐다. 이 자리에는 주요 정치인과 언론인 외에 영화배우·가수 등 유명 인사들도 초대된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마이클 처토프 국토안보부 장관,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 ‘악마의 시’로 유명한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 영화배우 벤 애플렉과 패멀라 앤더슨, 가수 애슐리 심슨 등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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