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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지지 100만명 "선거불복"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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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대만 정국이 '선거 불복'이라는 초유의 비상 사태로 요동치고 있다. 천수이볜(陳水扁) 당선에 항의해 전국에서 가두 시위가 이어지고 '총통 하야'와 '총통 탄핵'까지 거론되고 있다.

21일 오후 총통부 앞 공원 광장. 국민.친민당 연합후보인 롄잔(連戰) 국민당 주석은 100만명의 시위대 앞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온갖 의혹으로 가득 찬 '불공정 선거'에 절대 승복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지지자들은 "옌퍄오(驗票.재검표), 옌퍄오" "샤타이(下臺.陳총통 하야), 샤타이"를 외치면서 귀청이 찢어지게 뿔나팔을 울려댔다. 폭주족 오토바이 100여대가 주변 도로를 떼지어 돌았다. 경찰은 주변 도로를 2.5m 높이의 철조망 바리케이드로 차단하고 총을 든 폭동 진압 경찰을 배치했다.

시위에 참가한 자영업자인 리이펑(李宜豊.48)은 "이렇게 당선돼선 '반쪽 총통'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만 전역의 시위는 20일 밤 連후보가 '陳총통 피격 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면서 점화됐다. 그는 개표 완료 직전 "(법원에) 당선 무효 소송을 내겠다"고 선언한 뒤 가두 연좌 시위에 들어갔다. 6차로를 가득 메운 30여만명의 지지자들은 일제히 "우샤오(無效)! 우샤오!"를 외쳤다.

지방 곳곳에선 투.개표 과정을 둘러싸고 야당 지지세력과 경찰 간의 충돌이 잇따랐다. 트럭을 앞세워 법원 건물로 진입을 시도하고, 각목과 병.돌멩이가 날아다녔다. 할복을 시도하다 주변의 제지를 받은 극렬 지지자까지 생겼다.

連후보 측은 "陳총통 진영의 피격사건 조작과 관권 개입 때문에 총통직을 빼앗겼다"고 주장한다. 투표 이틀 전인 18일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4~5%포인트 앞서다 투표 전날 발생한 陳총통 피격사건 이후 0.22%(2만9518표) 차로 석패했기 때문이다.

한편 陳총통은 20일 밤 당선이 확정된 뒤 "이번 선거는 대만 민주주의의 승리"라며 "連후보에게 최고의 경의를 표하는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전날의 피격 충격에서 벗어난 듯 원기가 넘쳤다.

이에 따라 '대만 독립론'을 둘러싸고 내성인(內省人.대만 본토 출신)과 외성인(대륙 출신)으로 갈렸던 정치판은 급격히 陳총통 지지.반대 세력으로 재편되고 있다. 젊은층과 서민들은 陳총통을, 중산층과 50대 이상의 노년층은 連후보를 지지한다.

하지만 양측이 극단적으로 대립할 경우 폭력 충돌 사태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대만에서 내란이 발생하면'하나의 중국'원칙에 따라 개입하겠다"는 중국 군부의 발언이 범상치 않게 들린다.

타이베이=이양수 특파원,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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