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시동은 저축으로 걸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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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턴펀드의 설립자 존 템플턴(96)은 1929년 대공황이나 한국의 외환위기처럼 주가가 폭락할 때 주식을 대거 매수해 나중에 고수익을 챙긴 ‘배짱투자의 고수’다. 그의 젊은 시절은 지독하게도 가난했다. 대학 시절 매학기 등록금을 걱정해야 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탈출하기 위해 월스트리트에 뛰어들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돈 관리 원칙을 세운 것이었다. 다름 아닌 ‘50% 규칙’이었다. 수입의 절반은 무조건 저축한다는 생활습관이었다. 그는 “저축 없는 투자는 불가능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지금도 투자수익 중 절반을 저축하고 있다. 이 돈으로 철학과 물리학 연구를 지원하는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애널리스트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은 섣부른 시장예측을 경계했다. 그레이엄은 1929년 10월 폭락한 주가가 1930년 2월 서서히 다시 오르자 위기가 끝났다고 판단했다. 친구와 투자자들이 맡긴 돈까지 동원해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들였다. 하지만 주가 반등은 얼마 가지 못했다. 그해 6월부터는 하염없이 떨어졌다. 그해 그는 원금의 절반을 날렸다. 이때 실수를 자성하는 마음으로 증권분석이라는 ‘가치투자의 성경’을 1934년 펴냈다. 이 책에서 그는 “주가 예측과 솔깃한 정보에 의존한 주식투자를 사이비 과학”이라고 잘라 말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은 60세이던 1993년 뼈아픈 실수를 저질렀다. 그때까지 40여 년 동안 불패의 신화를 자랑하던 그는 4억3300만 달러를 투입해 미 제화업체 덱스터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 회사의 업계 최고 경쟁력이 오래 갈 것으로 철석같이 믿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실 기업으로 드러나 1년도 안 돼 3300만 달러를 받고 처분해야 했다. 4억 달러의 손해를 봤다. 그는 “잠들기 전 미녀인 줄 알았는데 깨어나 보니 아니었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는 “시장에서 오만은 곧 손실”이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한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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