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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커밍스 부인 우정은 교수, 버지니아대학 학장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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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국전쟁의 기원』이란 저서로 유명한 미국 역사학자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 대학 교수의 부인 우정은 미시간 대학 교수(49·사진·정치학)가 버지니아 대학교 문리 대학 및 대학원 학장으로 임명됐다. 존 캐스틴 3세 버지니아 대학 총장은 24일 문리 대학 교수진에 이 사실을 통보하면서 "우 교수는 학문적 업적이 뛰어난 학자로, 버지니아 대학의 학문과 교육 수준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에 능통한 우 교수는 세계가 당면한 글로벌 과제에 대한 전문지식이 깊은 만큼 훌륭한 학장이 될 걸로 확신한다"고도 했다.

우 교수는 국제정치·경제 분야와 동아시아 정치 전문가로 미국에서도 남편 이상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1996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은 우 교수를 백악관 자문위원회(the Presidential Commission) 위원으로 임명, 미국과 태평양 지역의 무역 및 투자 정책에 대해 조언을 받았다. 우 교수는 미 무역대표부(USTR),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아시아 재단, 맥아더 재단 등에도 정책자문을 했다.

그는 『네오리버럴리즘(신자유주의)와 동아시아 개혁』등 7권의 저서를 발간했다. 구소련의 독재자 요지프 스탈린이 자행한 한국계에 대한 인종청소를 고발한 다큐멘터리 필름 『고려 사람, 믿을 수 없는 사람들(Koryosaram, The Unreliable People)』은 지난해 캐나다 국립영화위원회 최고 다큐멘터리 상을 받았다.

우 교수는 미국 보도인 대학에서 영문학·역사학을 전공한 뒤 콜롬비아 대학에서 국제관계학 석사,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버지니아 대학은 미국의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이 설립한 명문 주립 대학이다. 제퍼슨이 직접 설계한 대학 내 일부 건물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우 교수는 "1976년 미국으로 공부하러 왔을 때 나는 유일한 아시아계 여학생이었다"며 "미국 대학의 캠퍼스가 외국인 학생으로 넘쳐나는 오늘날 토머스 제퍼슨의 '자유의 제국(the empire of liberty·정치체제는 개인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뜻)'이란 말이 실감난다"고 말했다고 버지니아 대학 측이 밝혔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교육 시스템을 통해 학생들에게 자유와 평등을 가르치는 게 미국의 위대한 힘이며, 버지니아 대학은 논쟁적이면서도 생산적인 다원론, 즉 제퍼슨의 이상을 구현하는 학교"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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