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心理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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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유명한 경제학자 케인스도 주식투자에서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던 모양이다.누군가 그에게 주식투자를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봤다.케인스의 대답인즉 이러했단다.『마누라가 시키는대로 합니다.』주식시장에 대한 케인스의 잘 알려진 비유 한토막.『1백장의 사진을 보고 최고 미인 여섯명을 가려내는 대회가 열려 참가자 전원의 평균적 선택에 가장 가깝게 선택한 사람에게 상품을 준다고치자.결국 각 참가자들은 자신이 보기에 가장 아름다운 사람을 택하기 보다 남들의 기호에 가장 잘 맞으리라 생각되는 사람을 고르려 할 것이다.』 주식투자에서의 성공은 이렇듯 심리전(心理戰)의 요소를 다분히 갖고 있다.뚜껑을 열고 보면 허망한,이른바 「작전」이 통하는 것도 이런 심리의 틈새를 파고들기 때문이다.주식시장은 경제학의 영역에서 벗어난 심리학의 대상이라는 한경제학 자의 소리는 일리가 있다.
이런 심리전의 양상은 불특정 다수가 게임에 참여하는 곳이면 어디든 나타난다.농산물 재배도 마찬가지다.얼마전 농협중앙회가 84~93년 10년동안 배추.무.고추.마늘같은 주요 채소.양념류의 가격등락을 분석해본 적이 있다.10년동안 무 .배추값은 무려 여덟번이나 폭등.폭락을 반복했고,양파는 2년에 한번꼴로 가격파동을 겪었다.그 원인이 홍수나 가뭄같은 자연재해였던 경우는 별로 없다.거의 대부분 재배면적의 급감(急減)과 급증이라는판단 착오의 결과였던 것으로 분석됐다 .
작년에 배추금이 좋았으니 올해는 더 심어야지,또는 마늘금이 형편없었으니 올해엔 딴 걸 심어야지 하는 개개인의 생각들이 모여 이런 결과를 빚어낸다.정부가 식부(植付)의향조사등을 통해 재배면적 조절에 나서보지만 잘 먹혀들지 않는다.농 정(農政)에대한 뿌리깊은 불신과 「남들 줄여 심을 때 내가 더 심으면」하는 나름대로의 계산이 어우러진 결과다.농작물의 생산조절이 힘든것은 농작물 재배가 농민 서로간,또는 농민과 정부간에 심리전의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일이면 추석연휴다.2천8백만명의 국민이 대이동을 한다.벌써부터 어느날 어느 시간대가 덜 밀릴 거라느니,어느 길로 돌아가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느니 하는 예상자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그러나 2천8백만명이 참여하는 복잡한 게임,참 가자 저마다 최선의 선택을 위해 머리를굴릴 그 복잡한 심리전의 결과를 어느 누가 예측.장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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