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최근 합병 美케미컬-체이스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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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달 케미컬-체이스맨해튼 은행의 합병은 91년 케미컬-매뉴팩처러스 하노버 은행의 합병과 많은 점에서 유사하다.은행의 고유기능에 충실한 정통 금융기관간의 결합이라는 점,거액의 경비절감을 겨냥한 점 등이 그렇다.두번 다 여름철의 월 요일에 성사됐다는 점도 공교롭게 같다.차이가 있다면 이번은 91년보다 훨씬 큰 합병이어서 시티은행을 제치고 미국 최대은행을 탄생케 했다는 점 정도다.
케미컬-하노버 합병이 발표될 때 경비절감 예상액은 연간 6억5천만달러였지만 실제 7억5천만달러에 달했다.이번 합병 때도 경영진이 합병으로 인한 절감액을 가급적 적게 발표한 듯한 인상이어서 실현치는 이를 웃돌 전망이다.공연히 절감액 수를 크게 발표했다가 실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무능한 경영자라고 욕먹을 이유는 없다.
사실 케미컬-체이스 합병이 성공하는 데는 예기치 못한 장애가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최우선 관심사는 소매금융점포 및 이에 대한 지원기능을 어떻게통합하는가 하는 점이다.케미컬-하노버은행 합병과 관련된 점포폐쇄 비용이 당초예상을 1억1천5백만달러 초과한 것처럼 점포통합에 드는 제반비용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어느 점포를 살리고 어느 점포를 죽이느냐 하는 문제도 효율성이외에 정치적 요인까지 두루 살펴야 하는 난제다.점포수의 축소는 통상 빈곤층의 금융수혜(受惠)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제시 잭슨 목사 같은 인물은 금융기관 합병규제운동을 펴겠다고 나섰다. 임직원 감원문제 또한 중대현안이다.케미컬-하노버 합병 때는상이한 조직간에 원만한 인적 융화를 이루기 위해 한쪽에서 임원5명을 줄이면 다른 쪽도 5명을 줄이는 「동수(同數)감원」원칙을 고수했었다.아무래도 감량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고 『합병의취지를 무색케 하는 온정주의』라는 이해당사자들의 원성을 듣기도했다.물론 이번 합병은 케미컬은행이 임원수 등에서 체이스은행보다 다소 우월한 입지에 있기 때문에 그때보다는 감량작업이 신속히 이뤄질 공산이 크다고 하겠다 .
신용카드나 데이터처리시스템 조직의 통합문제 역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이와 관련된 케미컬과 체이스의 고유시스템중 어느 쪽을 채택하느냐에 각 사업부 임직원의 「생존」이 달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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