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칼럼>시대흐름 탄 럭비프로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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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아마추어리즘의 이상과 긍지의 마지막 보루로 자처하던 국제럭비위원회(IRB)가 지난8월28일 선수참가규약의 일부를 개정,아마추어주의를 파기하고 완전히 오픈화하기로 결정함으로써 근대 올림픽 부활 이래 1백년을 관류하던 스포츠계의 정신 적 지도이념은 시대변화의 물결과 함께 피안으로 흘러가게 됐다.
1974년 빈에서 열린 IOC총회이래 올림픽헌장으로부터 아마추어라는 말이 사라진 후 육상.스키등 모든 경기종목의 선수들은상금을 비롯한 여러가지 금전적 혜택을 입게 되었으나 올림픽 종목이 아니면서도 가장 엄정한 아마추어리즘을 고수 해온 대표적인종목이 럭비였다.
아마와 프로의 차별화는 다분히 귀족적 취향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상기할 때 영국에서 발아하고 생장한 럭비경기의 아마추어리즘의 마지막 보루로서의 역할 종료는 「한 시대」를 느끼게 하는 처연함이 없지않다.스포츠(Sports)는 원래 라 틴계 말로 Port는 옮긴다는 뜻이다.물건을 옮기는 작업은 노동이 분명한데 이 단어 앞에 반대를 의미하는 Dis 혹은 Des가 불으면Disport.Desport가 되고 그 뜻은 옮기지 않는,혹은휴식.유희로 변하게 된다.
중세 영국사회에서 여유있는 신분은 특권계급이었다.세월과 함께Di,De가 두음소실(頭音消失)돼 Sport가 됐다는 설이다.
따라서 스포츠는 특권계층의 놀이요,오락이었다.
그러나 19세기 산업혁명을 계기로 영국에서 일어선 중산계급 혹은 하층계급의 급속한 진출은 여유있는 계층만의 전유물이었던 스포츠를 대중의 것으로 전환하는데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귀족들은 그들의 기득권을 호락호락 넘겨주지 않고 「젠틀맨」아마추어와 아마추어로 차별화했다.
특히 귀족 스포츠로 간주되던 크리켓.수렵.경마.펜싱등은 계급적 아마와 프로의 잔재가 아직도 구석구석에 남아있다.가령 크리켓에서 프로는 플레이어로,아마는 젠틀맨으로,프로는 이름만 부르고 아마는 반드시 미스터를 붙이며,프로는 밖에서 식사를 하는데반해 아마는 클럽하우스에서 여유있게 식사를 즐기도록 돼있다.아마추어를 한단계 위로 두고 프로를 깔보는 시각에는 신분의 귀천과 스포츠 행위로 보수를 받는다는 경멸감이 배어 있지만 또 하나의 이유는 젊고 힘있는 프로의 놀 라운 기량을 감당할 수 없다는 패배의식의 호도도 잠재돼있다.이와같은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 영국계의 정서로 미루어 럭비의 아마추어주의의 포기는 발상의일대전환으로 받아들여진다.차원높은 경기수준으로 스포츠의 최고기량을 도출하는데 아마추 어리즘은 어떤 의미에서는 장애요인이 돼왔다. 더구나 노력에 대한 반대급부로 보상을 받는것조차 금기로한 결벽성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었다.그렇다고 아마추어리즘이 무용의 장애물로 치부돼서는 그 순수성으로 인류문화에 기여한 값진 유산을 부정하는 결과가 된다.
프로와 아마의 긍정적인 면을 수렴해 새로운 스포츠이념을 창출하는 것이 남은 과제다.사회적 필요악으로서의 금전만능이 스포츠의 건전성을 오염시킨다면 그것은 뿔을 고치려다 소를 죽이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언론인.KOC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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