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었다, 세계신기록 … 봤나, 무솽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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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란(고양시청)이 용상 2차 시기에서 183㎏을 들어올려 비공인 세계타이기록을 수립하고 있다. 아래 작은 사진은 기록 수립 후 감사의 기도를 하고 있는 모습. [포항=연합뉴스]

“한번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 정도면 무솽솽(중국)도 긴장하지 않을까요.”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25·고양시청)이 비공인 세계신기록을 세운 직후 오승우 여자역도대표팀 감독은 축하인사의 답례로 장미란의 라이벌 무솽솽 얘기를 꺼냈다. 올림픽을 앞두고 두 선수가 벌이는 치열한 신경전의 단면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장미란이 24일 포항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국여자역도선수권 겸 올림픽 대표선발전 75㎏이상급(무제한급) 용상에서 183㎏을 들었다. 탕궁훙(중국)이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세운 세계기록(182㎏)보다 1㎏ 많고, 무솽솽의 비공인 세계기록과 타이다.

무솽솽은 18일 중국대표 선발전에서 합계 328㎏(인상 145㎏·용상 183㎏)을 들었다. 장미란과 함께 갖고 있던 합계 세계기록(319㎏)을 9㎏이나 경신했다.

올림픽 개막 100여 일을 앞두고 한국과 중국에서 각각 벌어진 ‘베이징 올림픽 전초전’에서 두 선수는 한 방씩 주고받았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장미란에게 금메달을 내준 무솽솽은 18일 인상·용상·합계에서 3개의 비공인 세계신기록을 쏟아내면서 장미란을 위협했다. 무솽솽의 선전은 오히려 장미란의 경쟁심을 자극했다. 장미란은 “무솽솽이 그 정도 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했다. 여자역도 최강 중국이 상징성이 있는 최중량급에 나오지 않을 리 없다. 나도 무솽솽과 겨뤄 금메달을 따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전초전에서도 밀리고 싶지 않았던 ‘승부사’ 장미란은 인상에서 훈련 때조차 시도하지 않았던 140㎏에 도전했다. 아쉽게 실패했지만 용상에서 심기일전했다. 2차 시기에서 무솽솽의 기록인 183㎏을 가볍게 들어올렸고 3차 시기에서는 187㎏에 도전했다. “오늘 컨디션은 80% 정도”라는 장미란의 말을 감안하면 187㎏ 성공도 시간문제다.

오승우 감독은 “오늘 (장)미란이한테 기록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는데, 본인이 ‘들겠다’고 했다. 무솽솽이 이미 기록을 세운 터라 팬들과 상대들에게 한번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은 대표선발전을 끝내고도 올림픽 출전 체급을 확정하지 못했다. 여자역도는 메달 독식을 막기 위해 국가별로 네 체급만 출전권을 준다. 중국 여자역도는 전 체급에서 세계 최강이지만 장미란이 버틴 무제한급만은 일방적인 우위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무제한급은 역도 경기의 하이라이트. 중국이 자존심 대신 실리를 택한다면 무솽솽의 올림픽 기회는 사라질 수 있다.

한편 여자 48㎏급 임정화(22·울산시청)와 53㎏급 윤진희(22·한체대)도 각각 7개의 한국신기록을 쏟아냈다. 이날 하루 나온 한국신기록은 모두 21개다.

포항=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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