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영화 변화-3류 액션탈피 예술영화 쏟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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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그동안 3류 액션물이나 코미디물의 대명사처럼 여겨져왔던 홍콩영화가 최근 놀라울 정도로 수준 높은 모습으로 변신하고 있다.
최근 개봉된 『중경삼림』이나 9월말 개봉될 『타락천사』는 작가주의 전통이 깊은 유럽영화 뺨칠 수준의 일급 예술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중경삼림』은 실연.짝사랑.고독.허무등 흔한 소재를 바탕으로하고 있음에도 격동적인 화면의 움직임과 감각적인 장면등 독특한형식미로 주목을 끌고있다.작품 사진같은 장면구성과 거듭되는 반전,도시 젊은이들의 심리를 드러내는 초현실주의 적 대사와 행태들이 재치있게 어우러져 호평받고 있다.일부에서는 지루한 유럽의예술영화보다 한수위라고까지 칭찬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예술영화 전용영화관에서 이미 장기상영에 들어갔고 곧 유럽에서도 장기상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타락천사』는 내년 베를린 영화제 출품예정인데 영화제 심사위원인 미국의 타란티노감독이 벌써부터 대상감이라고 공언하고 다녀화제를 낳고 있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살인청부업자를 주인공으로 한 흔한 범죄영화지만 물결치는듯한 화면에다 인간심리를 적나라하게 그려 예술성을살리고 있다.
9일 개봉될 성룡 주연.감독의 액션영화 『썬더볼트』에선 할리우드외의 영화에서는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대규모 자동차 추적장면,거대한 파괴장면등을 치밀하게 담아내고 있다.
또 홍콩의 서구적 분위기와 중국의 역사를 결합한 독특한 홍콩식 예술영화도 등장하고 있다.우인태감독의 『야반가성』은 서구에서나 제작이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오페라영화다.1930년대 중국 베이징(北京)의 거대한 오페라 공연현장을 영 화속에 그대로 재현해 스케일에서 관객을 압도한다.그러면서 중국 예술영화들의 단골메뉴인 서구문화와 중국 전통사회와의 갈등을 처절하게 묘사,중국영화와 경쟁태세를 보이고 있다.홍콩영화의 예술성 향상은심지어 대표적 대중영화 장르였던 무협 영화에서까지 나타난다.『동사서독』은 떠돌이 무사를 그린 무협영화지만 비장미 넘치는 내용으로 해서 무협영화장르도 예술영화로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지난해 베를린 영화제 본선에 진출해 호평을 받았다.
홍콩영화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대만과 중국 영화인의 적극적인개입이 배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지난해 도쿄(東京)영화제에서 『천국역자』로 대상을 받은 홍콩의 임호감독이 『대만배우를 쓰고 촬영과 기술문제를 중국 창춘(長春)영화제작 소에서 해결하는등 이른바 중화 트라이앵글 영화망을 이용,제작능력을 극대화한것이 작품성을 높인 비결』이라고 한 말은 홍콩영화 저력의 배경을 짐작케 해준다.
蔡仁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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