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초질서없이 자치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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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가뜩이나 어지러운 기초질서가 자치시대에 들어 더욱 더 문란해지고 있다는 것은 예사롭게 보아넘길 일이 아니다.지방자치는 지방행정기관의 자치능력과 주민의 자율의식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기초질서가 확립되기는커녕 더 문란해진대서야 어떻게 지방자치가 굳건히 뿌리내릴 수 있겠는가.
보도에 따르면 곳곳에 노점상이 늘어 청소차나 소방차의 통행이불가능한 형편이며, 쓰레기장마다 종량제 봉투 대신 일반 비닐봉투에 담은 쓰레기를 버리는 얌체행위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또 단속이 느슨해진 틈을 타 불법 주.정차가 늘어 교통혼잡을가중시키고 있다고도 한다.
실은 자치시대이후 문란해진 것은 비단 기초질서 만은 아니다.
유흥음식점의 심야영업.업태위반.퇴폐행위.식품위생법위반 행위등 그동안 구청.경찰의 반복적인 단속으로 유지되던 법질서는 거의 하나같이 흐트러진 상태다.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크 게 두 갈래다.하나는 민선단체장의 선심공약 또는 선심 행정으로 기존 법규의 권위와 집행력이 약화된데 있고,다른 하나는 이에따라 그나마의 간헐적인 단속마저 눈에 띄게 줄어든데 있다.
자치가 무조건적인 자유.방임과 동의어일 수는 없다.그런 이상각 자치단체는 하루빨리 명확한 기준을 세워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물론 기존의 법규나 단속기준이 불합리하다면 그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그러나 기존의 법규나 기준에 다소 문제가 있다고 해서 그것을 스스로 무력화시키는데만 주력하면 남는 것은 무질서뿐이다.새 법규나 기준이 마련되기까지는 기존의 법규나 기준을 지켜나가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단속도 변함없이 지속해 나가야 한다.단속을 강화하면 월평균 1백만건의 기초질서 위반행위가 적발되는게 우리 실정이다.이런 형편에서 단속의 고삐를 늦추면 그나마의 질서의식마저 무너뜨리고 만다.
단속이 뜸해진데는 경찰의 소극적 자세에도 큰 원인이 있다.자치단체의 인력규모로 보아 경찰의 협조는 불가결한 것이다.또 경찰은 행정위임사무를 맡을 책임도 있다.국가경찰이란 이유로 협조를 소홀히해선 안된다.지방행정과 경찰의 공조체제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재확립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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