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고려장>2.부모 버리고 戶籍까지 없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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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동작구 대방전철역앞 시립부녀보호소.
수용인원 1백16명중 65세 이상 할머니는 전체의 60%인 69명이다.몇년전만 해도 20~30%에 불과했으나 부랑노인이 많아지면서 수용인원도 늘어났다.대부분 치매나 가난 때문에 자식들에게 버림받거나 가출한 노인들이다.올해초 수용된 朴모(87)할머니는 큰아들이 10년전 죽은뒤 작은 아들 집에서 기거하다 며느리와 싸우고 찬바람부는 거리로 무작정 뛰쳐나왔다.
보호소측은 즉시 아들에게 할머니를 데려가라고 통보했으나 아들은『알았다』고만 할뿐 오지 않았다.보호소측은 10여차례 연락을거듭했지만 아들은 8개월째 얼굴을 비치지 않고 있다.
치매증세를 보이는 崔모(74)할머니는 이 보호소를 10여차례나 들락거렸다.
崔할머니가 길거리를 떠돌다 지난해 6월 처음 수용된뒤 보호소측은 지문조회를 통해 한달만에 가족들을 찾아줬다.하지만 崔할머니는 그뒤에도 아홉차례나 길거리에서 발견됐다.가족들이 계속 할머니를 돌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수용 노인의 60~70%는 치매증세를 보이고 있다.그저 먹고자며 가족이 나타나길 학수고대할 뿐이다.임시수용이기 때문에 여가시설이 거의 없고 전문적인 의료혜택도 받을수 없다.
1년이상 장기수용자중 일부는 경기도용인군이동면 시립 영보자애원(원장 金순희 수녀)으로 옮겨진다.수용인원은 1천여명.
「버려진 노인」들이 가는「마지막 보금자리」다.가족들이 찾아가출소하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매년 약 5~10명밖에 입소하지 못한다.입소자격도 무연고자에 정신병.치매등을 앓는 환자로제한하고 있다.
2년전 버려져 부녀보호소을 통해 자애원에 간 裵모(85)할머니도 치매환자다.얼마전 손자 친구라는 40대 남자가 裵할머니를찾아왔다.그는 숙소에서 할머니와 대면중 말을 잘못(?)해 손자라는 사실이 직원에 의해 발각됐다.
하지만 그는『외국으로 이민가기위해 할머니를 버린 아버지와 함께 멕시코에서 장사하기 때문에 모시기 어렵다』며 데려가길 거부했다. 자애원측은 1년에 몇차례 연고자를 찾기 위해 출장나간다.어렵게 주소를 찾아냈는데 실종.사망등으로 아예 할머니를 호적에서 파낸 것을 보고 발길을 돌린 일이 한두번이 아니라는게 관계자의 얘기다.
영보자애원의 1년 예산은 23억원정도로 대부분 기본 생계유지비로 쓰인다.수녀 34명이 상주하며 노인들을 돌보고 있고 의사는 단 1명뿐이다.치매환자.정신질환자.지체장애인.폐질환자등이 섞여있기 때문에 전문적 치료나 재활은 불가능한 상 태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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