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2人者로 밀린 최고경영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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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제 더 이상 최고경영자가 아니다.』 『2인자로서 만족해야한다.』 최근 초대형 기업합병이 이어지면서 피합병회사의 최고경영자들은 이런 운명을 맞고 있다.최고경영자로 있다가 하루 아침에 2인자가 된다는 것은 무척 견디기 어려운 일이다.지 난달초할리우드 연예계 대부인 마이클 오비츠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社회장은 월트디즈니사의 사장직을 수락했다.체이스맨해튼 은행의 토머스 라브레크회장도 케미컬은행과 합병하면서 2인자의 자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완고하고 고집이 센 터너방송(TBS)의 테드 터너회장도 타임워너사의 TBS인수가 성사될 경우 타임 워너사의 부회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터너회장이 다른 사람을 보좌하는 역할을 과연 잘해 나갈 것인가.그러나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가 부회장이 될 경우 회사경영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직위가 낮아지는 것이 가끔은 성공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문제가 더 많다.스펜서 스튜어드사의 로버트 다몬전무는 『그런 경우 원만한 관계가 형성되는 일이 극히 드물다』고말한다.최고경영자가 2인자로 밀려나면 다른 일을 찾아 떠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특히 터너회장과 같은 사람은 그런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그는 아버지 회사에서 같이일했는데 아버지가 사망한 뒤 최근 30년동안 어떤 상사에게도 결재를 받은 일이 없다.그는 회사를 합의방식으로 운영한 적도 거의 없다.
오락및 미디어 관련 회사인 콘앤페리 인터내셔널의 윌리엄 사이먼전무는 『은행및 다른 산업 뿐만 아니라 연예.미디어계의 대규모 기업결합에서 보듯 거대기업의 회장들은 더욱 막강해 지고 있다』고 말한다.그러나 그는 그런 파워를 누리는 최 고경영자 자리는 전보다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인다.
1인자에서 2인자로 직위가 낮아진 경우라도 회사에서 차례 차례 단계를 밟아 승진한 사람이라면 비교적 쉽게 적응한다고 패트릭 피타드는 말한다.그런 예로 그는 91년 내이션스뱅크가 탄생한 합병사례를 든다.
C&S사의 베네트 브라운사장은 회장직을 NCNB의 휴지 매콜사장에게 양보하고 회사를 합쳤다.이후 회사는 잘 돌아갔는데 그것은 브라운사장이 전에 2인자로 일해 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최고 위치에 있던 경영자가 보다 큰 회사일지라도 그보다 낮은 자리로 옮길 경우 좌절을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로스페로는 지난 84년 자신의 일렉트로닉 데이터사를 제너럴 모터스(GM)에 팔고,GM에서 핵심역할을 맡고자 했다 .이사회 멤버로서 그는 매번 다른 이사들이 너무 순종적이라고 공격했다.86년에 그는 로저 스미스사장까지 워낙 세게 몰아치는 바람에 스미스사장은 그에게 7억달러를 줄테니 제발 회사를 나가 달라고 부탁하기에 이르렀다.결국 그는 이 돈을 받고 회사를 나와 페로시스템이란 새 회사를 차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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