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에 봄비 같은 … 경남 ‘친절여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친절을 의무로만 생각하니 피곤하죠. 진정한 친절은 상대방뿐만아니라 자신도 기뻐야 합니다.”

‘친절여왕’에 등극한 창원시청 민원봉사과 어경진(34·여·사진)씨의 생각이다. 그녀는 22일 오후 경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베스트 친절 공무원’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어씨는 민원인을 대할 때마다 상황별로 어법과 태도를 달리하는 방법을 선보이는 ‘친절,그 즐거움에 대하여’라는 사례 발표로 20명 발표자들 가운데 호평을 받았다.

그녀는 민원인이 들어오면 먼저 인사한 뒤 칭찬할 방법을 찾는다. 민원인들을 예기치 못한 인사에 마음이 누그러 질 수밖에 없게 된다.

나이가 들어 혼인신고 하러온 부부의 신분증을 받으면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생년월일이 맞느냐. 나이보다 어려 보이십니다. 정말 부럽습니다”라고 이야기를 건넨다.

그러면 노총각, 노처녀라는 생각에 부끄러워하던 신혼부부들의 표정이 밝아진다. 반대로 젊은 신혼부부들에게는 “어떻게 사랑했으면 그렇게 빨리 결혼에 골인할 수 있었으냐”는 말을 던진다.

그녀가 읍·면 사무소에 근무할 때는 노인들과 구수한 사투리를 주고받았다. 2005∼2006년 동읍 사무소에 근무할때는 “어서 오이소∼” “아이구 우찌예(아, 어떻게 오셨습니까)” “오셨능기요 어르신(오셔습니까. 어르신)”등의 인사말을 능청스레 사용했다. 그녀는 녹음을 하면서까지 노인들의 억양을 배웠고 민원인을 기억하기 위해 특징을 적어놓는 메모수첩을 활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친절 덕분에 그녀는 주민들로부터 감을 선물로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녀 앞에선 민원인들은 “정말 대단하십니다”와 같은 강조 접두사를 많이 사용하는 화끈한 칭찬에 표정이 밝아진다.

그녀는 2001년 11월 공무원을 시작하면서 책상앞에 ‘미소거울’이라고 적어놓은 거울을 놓았다. 민원인이 없을 때 거울을 보며 밝은 표정 연습을 한다. 눈썹을 올리고 입에 공기를 넣어 상, 하, 좌, 우 근육운동을 하는 것이다. 웃는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 입술 양쪽 근육을 손으로 당기기도 한다.

그녀는“친절은 봄비와 같습니다. 큰 효과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들었던 식물들이 싱싱해 지는 것처럼 감동을 받은 민원인들이 다른 사람에게 조용히 친절을 실천한다면 우리 사회가 그 만큼 밝아지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또 베스트 친절 공무원으로는 우수상 김수정(38·도청 정보화 담당관실), 장려상 김지언(28·통영시 민원지적과)·정재우(28·거제시청 농정과)씨 등 세명이 수상했다. 수상자들에게는 100만∼30만원의 상금이 주어지고 도청 전입 인사 우대를 받는다.

김상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